주말에 놀러온 조카들과 <점 놀이>를 했다.
방안을 캄캄하게 해놓고 작은 눈사람 조명만 켜놓고는 돌아가며 점쟁이가 되어 궁금한 점을 풀어주는 놀이인데 난생 처음 해본 거다. 녀석들이 점집에 가봤을 리는 없고 무릎팍 도사를 본 영향인 것 같다.

<손님 1>
공주 도사: 무슨 고민이 있어서 오셨나요?
손님: 제가 번역한 책이 안 팔려서 걱정입니다. 올해는 잘 될까요?
공주 도사: 네, 올해는 대박이 날 겁니다.
손님: 진짜로요? 일도 잘 못하는데요...
공주 도사: 네, 잘 됩니다. 근데 조카들이 일을 방해해서 가끔씩 늦어지긴 하지만 결국엔 다 잘 될 겁니다.
손님: 네,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공주 도사: 5만원입니다....
(복채가 5만원이나 하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참고로 공주 도사는 13살)

<손님2>
왕자 도사: 무슨 고민으로 오셨나요?
손님: 저는 동물이 너무 싫고 무서운데 조카들이 자꾸 개를 데리고 놀러옵니다. 어떻게 하죠?
왕자 도사: (은근한 목소리로)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손님: 네? 다른 방법은 없나요?
왕자도사: 네, 익숙해지세요! 무서워도 자꾸 만지면 됩니다. 겁내지 말고 처음엔 머리를 쓰다듬어주세요. 그러다 등까지 쓰다듬어주면 친해질 수 있습니다.
손님: 겁나서 못하겠던데요.
왕자 도사: 가보세요. 5만원입니다.
(왕자도사 올해로 8살)

조금만 더 놀다 가겠다고 떼를 쓰던 조카들은 마지막으로 가기 전에 숨바꼭질을 딱 두판만 하기로 했는데, 두번 다 내가 술래였다. 곳곳에 숨은 조카들을 찾으러 다니는데 내가 건넌방에 다가가자 갑자기 강아지가 막 짖어대며 나의 접근을 막았다. 혹시나 방문을 열어보니 그 뒤에 공주가 숨어 있었다. 다음으론 안방문을 열려고 하자 또 강아지가 무섭게 짖어댔다. 웃기는 녀석이다. 제 딴엔 아이들 못찾게 막아주겠다는 뜻인 모양인데, 더 표나게 짖다니. 역시나 안방엔 작은 아이가 숨어 있었다. 집안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쬐그만 게 아이들 보호자 역할을 하려 든다. 누군가 조카들을 혼내거나 때리는 시늉을 하면 무섭게 짖어대거나 말린단다. 놀랍다. 어린 조카들과 강아지가 중년적응에 힘겨워하는 고모보다 똘똘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말이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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