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커피를 열잔씩 마셔도 잠엔 전혀 지장 없던 때가 나도 분명 있었는데
서럽게도 이제 커피는 나의 잠을 방해하는 무서운 음료가 되었다.
몹시 피곤해서 몸은 늘어지는데, 정신은 말짱하고 눈물이 찔금찔끔 날 만큼 눈이 아파오는
불면에 시달리는 이유가 커피 때문이라면
나 같은 '전직' 커피귀신도 저녁엔 커피를 멀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제 막내동생이 밤늦게 다녀가는 바람에
유혹에 못이겨 같이 커피를 따끈하게 한잔씩 마시고는
오늘 아침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ㅠ.ㅠ
다시 올빼미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새벽에 눕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새벽 6시가 넘어 잠자리에 누워서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수돗물 소리,
부엌에서 들리는 압력밥솥 딸깍이는 소리,
급기야 아버지가 등산가시느라 준비하시는 소리... 를 모두 들으며
마냥 잠이 와주길 애타게 기다려야 했던 것.
이불속에서 몹시 괴로워하다가 8시 넘어서 까무룩 잠이 들었던가..
다시 9시 알람 때문에 벌떡 일어나 엄마 챙겨드리고
또 한두 시간 자다가 전화받고 어쩌고 하느라 또 깨어냐야 했고...
오후에도 병든 닭마냥 내내 빌빌 조느라 하루를 완전히 망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쳤지 미쳤지..
밤 11시에 왜 커피를 마셨을까. ㅠ.ㅠ
몇 모금만 마시고 말겠다는 애초 작심은 어쩌고 그걸 다 홀라당 마셔버렸는지...
앞으로 다시는 카페인에 만용부리지 말아야겠다.
슬프지만 잠보다 커피가 더 좋은 시기는 확실히 내게도 지나가버렸나보다.
늙기도 설워라커든 고작 커피 때문에 잠조차 안오시나... 으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