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운전을 시작하며 몰던 차는 <무려> 수동이었다. 그땐 면허증을 딸 때 수동, 자동 구분없이 무조건 수동으로만 따야했고, 지금보다 <스틱>이라고 부르는 수동 변속 자동차가 훨씬 더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다. 자동은 기름값이 많이 든다고 해서 소형차들은 웬만해선 다 수동으로 뽑았으니까. 그건 사실이었다. 그때 기름값이 워낙 싸기도 했겠지만, 나의 첫차인 프라이드FS로 나중에 안산까지 출퇴근을 하느라 매일 꼬박 왕복 100km를 달릴 때에도 한달 기름값이 단돈 7만원이었던 걸 기억한다. 지금은 꽉 채워서 기름 한번 넣으려 해도 7만원이 더 드는데. ㅠ.ㅠ
내가 처음 운전을 해서 출퇴근을 하던 때의 직장은 삼성동 코엑스였기 때문에 꽤 먼 거리였고, 시내를 가로지르든, 강변도로나 올림픽대로를 타든 초보운전자인 나에겐 난코스였다. 주말에 사촌동생과 몇번 시험운행을 해봤음에도, 처음 혼자 차를 몰고 출근하는 날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일찌감치 집에서 출발한 나는 하필 강변도로에서 사고를 낸 버스 뒤에서 차마 옆으로 끼어들지 못해 낑낑대며 계속 서 있느라 30분쯤 허비하는 등 온갖 삽질을 거쳐 9시가 다 돼서야 코엑스에 당도했고, 그나마도 양옆에 아무 차도 없는 곳을 찾아 주차를 하느라 드넓은 옥상 주차장(초보시절 코엑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면 사무실 못 찾아갈 것 같았다)을 빙글빙글 돌아야 했다. 전날 일요일에 사촌동생과 출근 예행연습을 할 땐 당연히 허허벌판이던 주차장이 출근시간 임박했을 땐 꽉 차있는 게 당연했으니, 엘리베이터에서 제일 머나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헐레벌떡 달려가야 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총무과장이 얼른 집에 전화부터 하라고 일렀다. 물론 그땐 핸드폰은커녕 삐삐도 없던 시절이라, 첫 출근을 무사히 했는지 엄마한테 보고를 하기로 약속했었는데 7시도 되기 전에 집을 나선 내가 9시 다되도록 연락이 없자 식겁한 울 엄마가 여러번 전화를 했던 모양이었다. ^^;;
얘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지려고 하는데, 암튼 나는 손수 예쁘게 쓴 <초보운전> 표시를 최소한 6개월은 달고 다닐 작정이었다. 막힌 길에서 조금씩 전진하느라 클러치를 밟은 왼발이 끊어질 듯 아파와도 그럭저럭 잘 나가다 뒤에서 괜히 빵빵거리면 당황해 덜컥 시동을 꺼먹거나 언덕만 나타나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초보시절, 그나마도 초보 딱지를 달고 버벅거리면 베테랑 운전자들이 알아서 피해주거나 더러 착하게 양보를 해주는 일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에선 <초보운전> 표시는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매일 출퇴근하니 감각도 금세 익힐 텐데 뭘 6개월까지 다느냐고 놀렸다. 지금 기억으론 아마 4개월 정도 <초보운전> 표시를 달고 다니다, 꽉 막히는 언덕길에서 섰다 가야했을 때 뒤로 밀림의 정도가 내 나름대로 쓸만하다 싶어 흔쾌히 초보 표시를 떼냈던 것 같다. 하지만 표시만 뗐을 뿐이지, 갑자기 옆으로 거대한 트럭이 달려든다든지 어디선가 오토바이가 튀어나온다든지 급정거를 해야할 때 심장이 벌렁거리며 핸들이 흔들리는 초보증상은 그 뒤로도 몇달은 지속되었다.
어제 거의 반년만에 다시 자전거를 타면서 새삼스레 까마득한 그 시절이 떠올랐다. <초보운전> 표시를 달고 다니던 어리숙한 나의 운전솜씨와 지금의 자전거타기 실력이 비슷하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원래도 도로교통법 상 자전거는 이륜차라나 뭐라나 자동차에 해당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하여간 어제 내가 깨달은 자동차와 자전거 초보운전의 공통점은 이렇다.
1) 갑자기 아이가 튀어나오거나 진로가 막히거나, 빠르게 옆으로 지나치는 다른 자전거를 만나면 여지없이 당황해 핸들이 흔들린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2) 앞지르기를 할 때 얼만큼의 속도와 여유 거리가 필요한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3) 급회전은 당연히 무리고, 천천히 회전할 때도 얼만큼의 회전각도가 안전한지 자신이 없다.
4) 언덕길과 평지에서 기어변속이 서툴다.
5) 꽤 오래 공백기를 두면 그나마 익혀둔 운전감각이 떨어진다.
6) 베테랑 운전자들의 조롱섞인 위협과 앞지르기를 감내해야 한다.
7) 정신 흐트러질까봐 운전(특히 주차중엔!)하며 음악을 못 듣는다. ㅋㅋ
^^;
그나마 수동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당황해도 시동은 안 꺼먹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며 어젠 정말 조심조심 느루를 몰았다. 어려서부터 탔으니 자전거를 탄 역사는 무려 30년이고, 자동차 운전의 역사 또한 그 절반이 넘는 18년인데 자전거는 중간에 공백기가 너무 길어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자전거에도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는데, 운전을 하다보면 굳이 초보 딱지를 붙이지 않았더라도 척 보면 초보 운전인 걸 알 수 있는 자동차들이 눈에 들어오듯 베테랑 자전거족들에겐 나 같은 초보 자전거족이 한눈에 파악될 것도 같다. 사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그 옛날 내 눈엔 유독 <초보운전> 표시를 붙인 자동차들이 많이 보여 괜한 동질감을 느꼈듯이 어제도 내가 보기에 초보 자전거족인 사람들은 대강 찝어낼 수 있을 듯했다. 초보 주제에 내가 앞지르기를 해야할 정도로 왕초보인 이들도 더러 있었을 정도!
무슨 일에든 서툴고 긴장되는 처음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참 쉽게 잊는 것 같다. 옛날에 <당신도 한 때는 초보였다>라고 쓴 초보운전 글귀가 유행을 하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초보운전> 표시를 보는 일조차 드물어진 듯하다. 자동 변속기 운전면허가 생겨나고 도로주행까지 시험 과목에 들면서 다들 운전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일지, 괜히 <초보운전> 표시를 붙여 무시당하기 싫은 자존심 강한 초보들이 많아진 때문인지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매사에 초심을 무시하는 풍조가 대세인 건 확실한 느낌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나 같은 사람이나 초심을 다잡을 수밖에 없는 초보임을 강조하며 사는 것이겠지. 어쨌거나 반년만에 나는 다시 자전거 초보 인생을 시작했고, 작년의 행태를 봐서는 내년 이맘때도 어리버리한 자전거초보로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전거를 타고 느끼는 싱그러운 바람결이야 초보든 베테랑이든 똑같지 않겠나!
내가 처음 운전을 해서 출퇴근을 하던 때의 직장은 삼성동 코엑스였기 때문에 꽤 먼 거리였고, 시내를 가로지르든, 강변도로나 올림픽대로를 타든 초보운전자인 나에겐 난코스였다. 주말에 사촌동생과 몇번 시험운행을 해봤음에도, 처음 혼자 차를 몰고 출근하는 날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일찌감치 집에서 출발한 나는 하필 강변도로에서 사고를 낸 버스 뒤에서 차마 옆으로 끼어들지 못해 낑낑대며 계속 서 있느라 30분쯤 허비하는 등 온갖 삽질을 거쳐 9시가 다 돼서야 코엑스에 당도했고, 그나마도 양옆에 아무 차도 없는 곳을 찾아 주차를 하느라 드넓은 옥상 주차장(초보시절 코엑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면 사무실 못 찾아갈 것 같았다)을 빙글빙글 돌아야 했다. 전날 일요일에 사촌동생과 출근 예행연습을 할 땐 당연히 허허벌판이던 주차장이 출근시간 임박했을 땐 꽉 차있는 게 당연했으니, 엘리베이터에서 제일 머나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헐레벌떡 달려가야 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총무과장이 얼른 집에 전화부터 하라고 일렀다. 물론 그땐 핸드폰은커녕 삐삐도 없던 시절이라, 첫 출근을 무사히 했는지 엄마한테 보고를 하기로 약속했었는데 7시도 되기 전에 집을 나선 내가 9시 다되도록 연락이 없자 식겁한 울 엄마가 여러번 전화를 했던 모양이었다. ^^;;
얘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지려고 하는데, 암튼 나는 손수 예쁘게 쓴 <초보운전> 표시를 최소한 6개월은 달고 다닐 작정이었다. 막힌 길에서 조금씩 전진하느라 클러치를 밟은 왼발이 끊어질 듯 아파와도 그럭저럭 잘 나가다 뒤에서 괜히 빵빵거리면 당황해 덜컥 시동을 꺼먹거나 언덕만 나타나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초보시절, 그나마도 초보 딱지를 달고 버벅거리면 베테랑 운전자들이 알아서 피해주거나 더러 착하게 양보를 해주는 일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에선 <초보운전> 표시는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매일 출퇴근하니 감각도 금세 익힐 텐데 뭘 6개월까지 다느냐고 놀렸다. 지금 기억으론 아마 4개월 정도 <초보운전> 표시를 달고 다니다, 꽉 막히는 언덕길에서 섰다 가야했을 때 뒤로 밀림의 정도가 내 나름대로 쓸만하다 싶어 흔쾌히 초보 표시를 떼냈던 것 같다. 하지만 표시만 뗐을 뿐이지, 갑자기 옆으로 거대한 트럭이 달려든다든지 어디선가 오토바이가 튀어나온다든지 급정거를 해야할 때 심장이 벌렁거리며 핸들이 흔들리는 초보증상은 그 뒤로도 몇달은 지속되었다.
어제 거의 반년만에 다시 자전거를 타면서 새삼스레 까마득한 그 시절이 떠올랐다. <초보운전> 표시를 달고 다니던 어리숙한 나의 운전솜씨와 지금의 자전거타기 실력이 비슷하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원래도 도로교통법 상 자전거는 이륜차라나 뭐라나 자동차에 해당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하여간 어제 내가 깨달은 자동차와 자전거 초보운전의 공통점은 이렇다.
1) 갑자기 아이가 튀어나오거나 진로가 막히거나, 빠르게 옆으로 지나치는 다른 자전거를 만나면 여지없이 당황해 핸들이 흔들린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2) 앞지르기를 할 때 얼만큼의 속도와 여유 거리가 필요한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3) 급회전은 당연히 무리고, 천천히 회전할 때도 얼만큼의 회전각도가 안전한지 자신이 없다.
4) 언덕길과 평지에서 기어변속이 서툴다.
5) 꽤 오래 공백기를 두면 그나마 익혀둔 운전감각이 떨어진다.
6) 베테랑 운전자들의 조롱섞인 위협과 앞지르기를 감내해야 한다.
7) 정신 흐트러질까봐 운전(특히 주차중엔!)하며 음악을 못 듣는다. ㅋㅋ
^^;
그나마 수동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당황해도 시동은 안 꺼먹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며 어젠 정말 조심조심 느루를 몰았다. 어려서부터 탔으니 자전거를 탄 역사는 무려 30년이고, 자동차 운전의 역사 또한 그 절반이 넘는 18년인데 자전거는 중간에 공백기가 너무 길어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자전거에도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는데, 운전을 하다보면 굳이 초보 딱지를 붙이지 않았더라도 척 보면 초보 운전인 걸 알 수 있는 자동차들이 눈에 들어오듯 베테랑 자전거족들에겐 나 같은 초보 자전거족이 한눈에 파악될 것도 같다. 사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그 옛날 내 눈엔 유독 <초보운전> 표시를 붙인 자동차들이 많이 보여 괜한 동질감을 느꼈듯이 어제도 내가 보기에 초보 자전거족인 사람들은 대강 찝어낼 수 있을 듯했다. 초보 주제에 내가 앞지르기를 해야할 정도로 왕초보인 이들도 더러 있었을 정도!
무슨 일에든 서툴고 긴장되는 처음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참 쉽게 잊는 것 같다. 옛날에 <당신도 한 때는 초보였다>라고 쓴 초보운전 글귀가 유행을 하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초보운전> 표시를 보는 일조차 드물어진 듯하다. 자동 변속기 운전면허가 생겨나고 도로주행까지 시험 과목에 들면서 다들 운전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일지, 괜히 <초보운전> 표시를 붙여 무시당하기 싫은 자존심 강한 초보들이 많아진 때문인지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매사에 초심을 무시하는 풍조가 대세인 건 확실한 느낌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나 같은 사람이나 초심을 다잡을 수밖에 없는 초보임을 강조하며 사는 것이겠지. 어쨌거나 반년만에 나는 다시 자전거 초보 인생을 시작했고, 작년의 행태를 봐서는 내년 이맘때도 어리버리한 자전거초보로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전거를 타고 느끼는 싱그러운 바람결이야 초보든 베테랑이든 똑같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