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더라

삶꾸러미 2009. 4. 9. 16:04

한여름에도 긴팔은 물론 시커먼색 재킷까지 겹쳐 입고도 땀 한방울 안 흘리던 나의 20대는 그저 아득한 과거일 뿐이다. 삼복중에 낳은 아이를 뉘면 움푹 들어갈 만큼 푹신한 솜이불에 싸서 키웠다는 전설과 함께 유난스럽게 추위를 타는 반면 더위엔 끄덕 없던 나의 체질이 슬슬 바뀌기 시작한 건 아무래도 30대에 들어서부터인 것 같은데, 최근 들어선 아예 몸에 열이 많아졌다.
요며칠 낮기온이 꽤나 높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종일 집에서 뒹굴거릴 땐 몰랐다가 어제 오늘 밖에 나가보곤 깜짝놀랐다. 봄은 어디로 간 건지, 벌써 덥더라.
뙤약볕에 세워놓은 차가 후텁지근한 걸 감안하더라도, 어제 오늘 한낮엔 창문을 활짝 열고 다니다 시끄러움에 못이겨 결국 에어컨을 켜야할 정도였다.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 올해의 첫 아이스커피를 만들어마셨다. +_+
어제 미리 얼음을 얼려두었기에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얼음커피 마시고 싶어서 몇시간 환장했을지도 모르겠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벌써 벚꽃과 앵두꽃은 흐드러지게 눈발처럼 휘날리고, 성급히 피었던 목련들은 벌써 시체처럼 검게 변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내겐 가장 아름다운 계절 봄이 이렇게 빨랑빨랑 가버리는 게 아쉬워서 막 조바심이 나는데, 바짓가랑이 붙든다고 머물러줄 것도 아니고 괜히 싱숭생숭 마음만 펄럭댄다.
오늘은 왕비마마가 꼬드기면 못이기는 척 뒷동산에 밤벚꽃놀이라도 나가봐야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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