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는 얘기겠지만, 비틀즈의 노래 Hey, Jude는 존 레논의 아들 줄리앙을 위해 폴 매카트니가 만든 노래다.
존 덴버의 노래 가운데서도 아내를 위한 노래 Annie's Song이란 게 있다.
음악가를 가족으로 둔 덕분에 자기 주제가를 갖게 된 사람은 대단한 행운아겠지만, 반드시 본인을 위해 작곡된 노래가 아니더라도 자기 이름이 들어간 곡이 있다면 평범한 사람들도 퍽 흐뭇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대중가요엔 끊임없이 제목이든 가사에 사람 이름이 들어간 노래가 나오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런 맥락으로 나온 가요 중엔 이 나라의 수많은 영자씨들을 위한 노래 <사랑하는 영자씨>가 있다.
40년대 출생이신 울 엄마 또래엔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끝소리가 <子>인 이름들이 수없이 많고, 그 가운데서도 <영자>란 이름을 가진 딸은 거의 집집마다 하나씩은 꼭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다. 요새도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는 울 엄마의 고등학교 동창모임에도 열두 명 가운데 무려 <영자>가 셋이란다. 김영자. 홍영자. 이영자.
그 아주머니들의 노래방 18번이 모두 <사랑하는 영자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많은 영자씨 가운데 한 분인 울 엄마는 <만남>과 <애모> 이후 거의 강제적으로 <사랑하는 영자씨>를 애창곡으로 삼아야 했다. 누가 부르든, 울 엄마를 대동하고 노래방엘 가게되면 반드시 신청해야 하는 지정곡쯤이 되고 말았으니까. 사실 이 노래는 본인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불러줘야 하는 것이라, 듀엣 곡이 되는 게 보통이었다. 주로 울 아버지가 아내에게 바치는 연가의 형식으로.
그리고 울 엄마가 요 전에 쓰시던 휴대폰 화면에는 <사랑하는 영자씨>라는 글씨가 기본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아마도 평생 곰살맞으셨던 울 아버지의 소행이었을 거다. 휴대폰 기본설정 바꾸기의 달인인 정민공주가 그 글귀를 없앴을 때 울 엄마가 펄쩍 뛰면서 야단을 쳤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아무려나 지난 화요일은 우리집 영자씨의 생신이었다. 주중이라 당연히 늘 하던 대로 주말에 미리 모여 저녁을 먹고 케이크 촛불을 껐다. 언제부턴가 가족들의 생일파티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조카들의 선물을 개봉할 때다. 어린 조카들이 할머니나 고모, 제 부모에게 하는 선물이란 당연히 손수 그린 그림이나 카드 뿐이지만, 며칠 전부터 은근히 압력을 넣어 받아내는 아이들의 선물은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내가 팔불출 고모임은 이미 만방에 알려졌으니 이참에 또 자랑하려는 것이 본 글의 목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다들 짐작하셨겠지...
주말에 미리 생일파티를 끝내더라도 정작 당일을 그냥 넘길 순 없는 일이라, 무수리는 전날 장을 봐다가 미역국 끓이고 불고기 재고 초고추장 만들고 두릅 데쳐서 조촐한 아침상을 차렸다. 전날 밤 적어놓은 카드엔 정민공주의 카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만날 툴툴거리고 잔소리 해야 하는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고는 무뚝뚝해서 좀처럼 하지 않는 말,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도 마지막에 적어 넣었다. 그러곤 또 민망해서 성의없는 현금 선물과 함께 모르는 쳑 소파에 갖다 놓고 드물게 모녀가 나란히 앉아 아침을 먹었다.
소파에서 발견한 카드를 읽은 엄마는 아침부터 사람을 울린다고 투덜거렸고
미역국 끓이느라 못 잔 잠을 자겠다고 심술내며 방에 들어온 무수리 딸도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영자씨가 옆에 안 계실 날이 겁나서...
_M#]
존 덴버의 노래 가운데서도 아내를 위한 노래 Annie's Song이란 게 있다.
음악가를 가족으로 둔 덕분에 자기 주제가를 갖게 된 사람은 대단한 행운아겠지만, 반드시 본인을 위해 작곡된 노래가 아니더라도 자기 이름이 들어간 곡이 있다면 평범한 사람들도 퍽 흐뭇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대중가요엔 끊임없이 제목이든 가사에 사람 이름이 들어간 노래가 나오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런 맥락으로 나온 가요 중엔 이 나라의 수많은 영자씨들을 위한 노래 <사랑하는 영자씨>가 있다.
40년대 출생이신 울 엄마 또래엔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끝소리가 <子>인 이름들이 수없이 많고, 그 가운데서도 <영자>란 이름을 가진 딸은 거의 집집마다 하나씩은 꼭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다. 요새도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는 울 엄마의 고등학교 동창모임에도 열두 명 가운데 무려 <영자>가 셋이란다. 김영자. 홍영자. 이영자.
그 아주머니들의 노래방 18번이 모두 <사랑하는 영자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많은 영자씨 가운데 한 분인 울 엄마는 <만남>과 <애모> 이후 거의 강제적으로 <사랑하는 영자씨>를 애창곡으로 삼아야 했다. 누가 부르든, 울 엄마를 대동하고 노래방엘 가게되면 반드시 신청해야 하는 지정곡쯤이 되고 말았으니까. 사실 이 노래는 본인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불러줘야 하는 것이라, 듀엣 곡이 되는 게 보통이었다. 주로 울 아버지가 아내에게 바치는 연가의 형식으로.
그리고 울 엄마가 요 전에 쓰시던 휴대폰 화면에는 <사랑하는 영자씨>라는 글씨가 기본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아마도 평생 곰살맞으셨던 울 아버지의 소행이었을 거다. 휴대폰 기본설정 바꾸기의 달인인 정민공주가 그 글귀를 없앴을 때 울 엄마가 펄쩍 뛰면서 야단을 쳤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아무려나 지난 화요일은 우리집 영자씨의 생신이었다. 주중이라 당연히 늘 하던 대로 주말에 미리 모여 저녁을 먹고 케이크 촛불을 껐다. 언제부턴가 가족들의 생일파티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조카들의 선물을 개봉할 때다. 어린 조카들이 할머니나 고모, 제 부모에게 하는 선물이란 당연히 손수 그린 그림이나 카드 뿐이지만, 며칠 전부터 은근히 압력을 넣어 받아내는 아이들의 선물은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내가 팔불출 고모임은 이미 만방에 알려졌으니 이참에 또 자랑하려는 것이 본 글의 목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다들 짐작하셨겠지...
주말에 미리 생일파티를 끝내더라도 정작 당일을 그냥 넘길 순 없는 일이라, 무수리는 전날 장을 봐다가 미역국 끓이고 불고기 재고 초고추장 만들고 두릅 데쳐서 조촐한 아침상을 차렸다. 전날 밤 적어놓은 카드엔 정민공주의 카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만날 툴툴거리고 잔소리 해야 하는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고는 무뚝뚝해서 좀처럼 하지 않는 말,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도 마지막에 적어 넣었다. 그러곤 또 민망해서 성의없는 현금 선물과 함께 모르는 쳑 소파에 갖다 놓고 드물게 모녀가 나란히 앉아 아침을 먹었다.
소파에서 발견한 카드를 읽은 엄마는 아침부터 사람을 울린다고 투덜거렸고
미역국 끓이느라 못 잔 잠을 자겠다고 심술내며 방에 들어온 무수리 딸도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영자씨가 옆에 안 계실 날이 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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