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감우성이 읊조렸던 대사가 생각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치솔이 부러지고 빗이 빠지는 따위의 예기치 않은 일이 연속해서 일어나며  불길한 징조를 보이는 건 인간에 대한 삶의 경고라던가.
"너의 일상이 무너지려해!"라는.

앞의 대사는 잘 모르겠고, '너의 일상이 무너지려해!'라는 말은 또렷이 기억나는데
나는 특별히 불길한 삶의 경고도 모른 채
이틀째 낯선 일상으로 접어들었다.

이 생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닐 거다.
불과 이틀 전에도 이 시간까지 깨어 괴로운 검토서 하나를 마무리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지금 내가 자다가 깨어난지 1시간밖에 안됐다는 거다. ㅡ.ㅡ;;
전형적인 올빼미 인간이 생새벽에 잠이 깨다니..
아니지 이틀 내리 밤 열두시를 전후로 졸음을 못 견디고 쓰러져 잠든 뒤
'겨우' 5시간만에 '저절로' 잠이 깨어나 그 뒤론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난 원래 최소 8시간은 '자줘야'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인간인데?!

아늑한 이부자리 속에서 잠자는 걸 그 무엇보다 행복하게 여기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잠들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자랑이었는데
둘도 없는 친구 같던 잠이 요샌 자꾸 나를 멀리한다.
이상하다.
초절정마감모드 때문에 36시간쯤 깨어 지냈더라도
다시 18시간쯤 시체놀이를 하고 난 뒤엔 곧바로 올빼미의 생체리듬으로 복귀하는 게 보통인데 웬일일까.

심지어 어제는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 일을하다가
아침까지 먹어주는 일이 발생했다.
식구들 생일 빼곤 13살부터 안 먹던 아침을!

아침형 인간을 향한 올빼미의 변신일까, 일시적인 몸의 반란일까,
아니면 정말 그간 익숙해진 내 일상이 무너지고 있는 걸까??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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