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나쁘고 기록해두는 습관도 없어서 체계적으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엔 워낙 젬병이지만 일하기 싫다는 핑계로 덩달아 찾아보기로 했다. 씨네21이 창간되었다는 1995년은 내 인생에서도 분기점을 이루는 해다. 어설프지만 번역가로 첫발을 디딘 해이기 때문.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고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많이 하여 얄팍하게나마 견문을 넓히려고 생각했으므로 영화도 꽤 자주 본 것 같은데, 내 머리는 13년의 세월을 갈무리해두기엔 용량이 너무 작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게 확실하다. -_-;;
언뜻 떠오른 <시네마 천국> <가위손> <조이럭 클럽> <길버트 그레이프> <파니핑크> 같은 영화들은 검색해보니 그보다도 훨씬 이전에 본 영화였다. 제목은 그럴듯하게 <최고의 영화>라고 붙였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냥 내 기억에 남았으니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들이다. 영화가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영화를 보던 때의 에피소드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나서 중고 비디오를 사 소장하거나 나중에 dvd로 갖고 있기도 한 영화가 꽤 되는 걸 보면 퍽 좋아한 영화들이라는 게 맞다. 리스트를 뽑고 나서 나도 조금 놀랐는데 ㅎㅎㅎ 하나같이 말랑말랑하다.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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