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제

투덜일기 2008. 3. 14. 17:10
달력에 빨간 사인펜으로 크게 마감일을 표시해놓고도 도무지 채찍질로 느껴지지 않는
무감각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늘어진 내 삶을 자극해주는 것들이 있다.

1. 고모는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느냐는 조카녀석의 뜬금없는 질문.
-- 고모는 이미 다 커버렸다는 대답이 하기 싫어서 재빨리, 그러나  꽤 오래 고민하다 대충 대답을 하긴 했는데
요즘 계속 나의 화두가 되었다.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2. 지금 판타지 소설을 번역중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전화할 때마다 어디까지 이야기가 진전되었는지 내용을
꼬치꼬치 묻는 정민공주.
-- "왕자가 왜 아직도 그 괴물이랑 싸우고 있어? 어제부터 싸웠잖아." 핀잔 담긴 공주의 질문은 출판사의 원고독촉 전화보다 더 무섭다. 오늘도 얼른 진도 나가야지.

3. 건방지게 내 팔을 툭툭 치며 집안에서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는 내 몰골을 나무라는 어린 조카.
-- "고모! 옷이 이게 뭐야? 내복 같은 걸 입고, 바지도 추리닝이고!"
조카맞이 한다고 나름대로 곰돌이 티셔츠로 갈아입고 있던 터라 꽤나 충격이 컸다.
6살밖에 안된 놈도 늘 가꾸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얘기. -_-;

4. 작가가 아닌데도 간결하고 명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글을 끊임없이 쓰는 이들
-- 가랑이가 찢어지더라도 나도 깊이를 좀 추구해 봤으면...


네 가지 가운데 셋이나 조카들이 관련되어 있으니 확실히 내 인생의 자극제이자 낙은
분명 사랑스러운 그 녀석들이로구나. 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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