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속에 내린 함박눈의 흔적으로 누런 부스럼딱지가 온통 눌러앉은 듯한 몰골의 자동차 꼬락서니를 보니
우리 동네에서 제일 더러운 차 주인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넣으며 자동세차의 유혹을 떨칠 순 없었다.
3월부터는 완전 공짜가 아니라 천원을 내야하긴 하지만 그래도 손세차에 비하면 얼마나 저렴한가 말이다.
부스럼딱지 동창생들 같은 더러운 몰골로 앞서 기다리는 두어대의 자동차가
세차기계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제법 말갛게 씻긴 얼굴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내 두뇌와 마음도 그렇게 기계 속에 집어 넣고 슥삭슥삭 금세 씻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과 비눗물을 흩뿌린 다음 자동으로 돌아가는 커다란 솔로 문지르고 다시 물을 뿌려 바람으로 물기를 샥 날린 뒤 누군가 마른 걸레로 말끔히 닦아주는 과정을 거치면 언제나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5만원 주유시 무료자동세차>라는 입간판 대신
<5만원 소비시 무료자동세심>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면 분명 대박일 텐데.
-_-;;
밀린 일은 안하고 허구한 날 엉뚱한 생각이나 일삼는 내 두뇌와 마음은 정말 청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