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이웃이신 미즈키님의 소개로 일본엔 단신의 비애를 담은 <150cm Life>라는 만화책도 있음을
알게 되어 초공감했지만
딱 150cm는 아니더라도 160cm가 안되는 150cm대의 키로 이 시대를 살아가기엔 아픔이 크다.
학교 다닐 때 앞번호이긴 했어도 중학교땐 나보다 작은 아이들이 열명도 넘었고
고등학교 다닐때도 반마다 대여섯 명은 분명히 나보다 작았는데
요즘에 밖엘 나가면 어린이들을 제외하고 나보다 작은 이들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ㅠ.ㅠ
나보다 작았던 또래들이 내가 스무살 무렵 성장을 멈춘 뒤에도 계속 자랐거나
죄다 이민을 갔거나 단체로 급사를 당했다면 모를까
운동화만 신고 다녔던 대학생 때에도 나보다 작은 아이들을 캠퍼스에서 더러 만나곤 했는데(무려 우리 과엔 나보다 작은 친구가 둘이나 있었단 말이지!)
왜 세상엔 다 나보다 큰 사람들만 돌아다니는 것일까!
<150cm Life>라는 책에서 자기와 비슷한 단신을 만나면 내심 몹시 반가워하며
어깨의 높이와 키를 슬쩍 재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 역시 그런 사람을 만나면 몹시 반갑기도 하고
동병상련이 느껴져 공연히 친근감이 샘솟는다.
숨막히는 만원버스나 전철에서 사방에 철옹성 같은 사람들의 등짝이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버둥거리거나, 싱크대 높은 선반에 있는 그릇을 그냥 꺼내보겠다고 까치발을 들고 아등바등 거리다 목이나 어깨 관절을 삐끗한 뒤 결국 포기하고 의자를 갖다놓고 올라서야 한다거나, 요새 발육 좋은 롱다리들을 위해 천편일률적으로 길게 나온 청바지 따위를 20센티미터 가까이 잘라 수선해 입어야 하는 서글픔을 그들도 분명 공유하고 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같은 유전자 소인을 갖고 태어났어도 나와는 달리 키가 큰 두 남동생들은 철없던 시절에 가끔
"그 아래 공기는 여기 위보다 좀 탁하고 답답하지 않느냐?"는 둥, "낮은 눈높이에서 보는 세상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는 둥, "그나마 딸인 누나가 작고 아들들인 지네들이 큰 게 얼마나 다행이냐"는 둥 염장을 질러댔다.
과거에 장난끼 많은 키 큰 친구놈들도 나랑 마주보고 얘기를 하려면 정수리밖에 안보이는데 그나마도 속알머리가 없어(정수리 부근에 특히 머리숱이 없다 ㅠ.ㅠ) 몹시 가엾다고 능청을 떨기도 했다.
크게 넉넉하지도 않은 살림에 내가 출퇴근용 중고차나마 갖게 된 이유도
연일 아버지와 나란히 지하철 출근을 하던 시절, 만원 지하철 안에서 키큰 인간들 틈에서 짜부라질 것 같은 모양새로 누군가의 등짝 사이에 얼굴을 짓눌리는 딸래미를 보호해보겠다고 당신도 그리 크지 않은 키로 버티기를 하시던 아버지가 도저히 불쌍해서 안되겠는지, 당신은 장롱면허 20년의 뚜벅이 인생을 고수하시면서 나에겐 선뜻 차를 사주셨기 때문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뒤에도 작은 키에 대한 비웃음은 줄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운전석에 앉으면 뒤에서 전혀 보이질 않는다나 뭐라나..
그리고 새차를 장만한 뒤 운전석에 장착된 에어백의 주의사항에도 150cm미만의 단신이나 아동은 경추 골절의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들어있는데, 단신임에도 시야확보를 넓게 유지하는 것이 좋아 비교적 의자를 멀리 놓고 운전하는 내 자세로는 에어백이 터질 때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농담을 주변에서 아주 진담처럼 해댔다.
어쨌거나...
가뜩이나 발육이 좋고 키도 큰데다 높은 신발까지 신고 다니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연히 바닥에 붙은 껌처럼 느껴지지 않으려면 나 역시 꽤나 높은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하니
요즘 유행하는 예쁜 플랫슈즈나 캔버스 운동화 같은 것은 완전히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좀 더 나이 덜 들었을 땐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 없이 고집스레 납작한 신발을 신고 다닌 적도 있는데
요샌 아무래도 자신감이 줄었는지, 가끔 낮은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가거나 신발을 벗어야하는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빨리 집에 오고 싶어진다. -_-;;
게다가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의 신장이나 체중에 대해서 조금씩 거짓말을 일삼기 때문에
또는 나의 신체 비율이 유난히 좋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ㅋㅋ 이건 순전 내 바람일 뿐이지만)
내가 좀 작긴 작다고 느끼면서도 정확한 키는 짐작도 하지 못한다.
해서 "그래도 그 정도면 키가 157cm는 되지요?"라고 물어 내 가슴을 아프게 할 때가 있다.
실제보다 키를 크게 보는데 좋은 것 아니냐고 물을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만
저 질문엔 '아무리 작아도 157cm는 되겠지. 그 이하는 키도 아니지.. '라는 편견이 감추어져 있음을
키 큰 그대들은 아시는지. ㅠ.,ㅠ
얼마 전 잘 안쓰는 통장으로 매달 자동이체가 되던 보험료 확인(운전자 보험이었다)을 제대로 안해서
보험이 실효되어 다시 살리려면 직접 방문을 해야 한다기에 보험 영업소를 찾았는데
워낙 여러 해 전에 들은 보험이라 인적사항을 다시 기재해야 한다고 했다.
친절한 영업소 직원은 내 앞에 앉아 항목을 하나하나 되물으며 표기를 해 나갔는데
왜 거기 체중과 신장 기록란이 있는 것인지!!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척 쳐다본 직원은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48kg에 158cm이라고 적을까요?"라고
되물었다. -_-;;
순간 당황한 나는(실제 키보다 크게 봐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아니, 내가 48kg이나 나가 보인단 말인가?'하는 충격이 꽤 컸다) 실제 몸무게와 신장을 밝혀야 할 것인가 2초쯤 고민에 빠졌다.
체중과 신장, 둘 다 그 기준에 못미친다고 말하는 게 왜 그리 자존심 상하든지..
그리고 건강관련 보험도 아니고 교통사고나면 뒷감당 해주는 운전자보험에 왜 체중과 신장을 기록해야 하는 건데???
융통성 없는 나는 결국 어물어물 실제 몸무게와 함께 키는 실제보다 2센티미터 높인 숫자를 알려주고 나서
이내 크게 후회를 했다.
어차피 높은 운동화 신었으니 158cm이 아니라 160cm라고 우겼어도 상관없었을 텐데!!! +_+
그리고 다이어트 혐오하는 식탐녀 주제에 48kg이란 몸무게가 뭐 어떻다고!!! *_*
.....
순전히 자격지심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늘씬하고 길쭉길쭉한 멋진 사람들이 온통 득시글거리는 사회에서
칠순을 앞둔 엄마보다도 키가 작은 단신의 딸은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마냥 움츠러들 뿐인데
마침 오늘 엄마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드물게 나보다 작은(!) 젊은 여자를 보고
속으로 몹시 기뻐한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아 기념으로 적어보았다.
써놓고도 아 민망하도다. ㅎㅎ
알게 되어 초공감했지만
딱 150cm는 아니더라도 160cm가 안되는 150cm대의 키로 이 시대를 살아가기엔 아픔이 크다.
학교 다닐 때 앞번호이긴 했어도 중학교땐 나보다 작은 아이들이 열명도 넘었고
고등학교 다닐때도 반마다 대여섯 명은 분명히 나보다 작았는데
요즘에 밖엘 나가면 어린이들을 제외하고 나보다 작은 이들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ㅠ.ㅠ
나보다 작았던 또래들이 내가 스무살 무렵 성장을 멈춘 뒤에도 계속 자랐거나
죄다 이민을 갔거나 단체로 급사를 당했다면 모를까
운동화만 신고 다녔던 대학생 때에도 나보다 작은 아이들을 캠퍼스에서 더러 만나곤 했는데(무려 우리 과엔 나보다 작은 친구가 둘이나 있었단 말이지!)
왜 세상엔 다 나보다 큰 사람들만 돌아다니는 것일까!
<150cm Life>라는 책에서 자기와 비슷한 단신을 만나면 내심 몹시 반가워하며
어깨의 높이와 키를 슬쩍 재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 역시 그런 사람을 만나면 몹시 반갑기도 하고
동병상련이 느껴져 공연히 친근감이 샘솟는다.
숨막히는 만원버스나 전철에서 사방에 철옹성 같은 사람들의 등짝이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버둥거리거나, 싱크대 높은 선반에 있는 그릇을 그냥 꺼내보겠다고 까치발을 들고 아등바등 거리다 목이나 어깨 관절을 삐끗한 뒤 결국 포기하고 의자를 갖다놓고 올라서야 한다거나, 요새 발육 좋은 롱다리들을 위해 천편일률적으로 길게 나온 청바지 따위를 20센티미터 가까이 잘라 수선해 입어야 하는 서글픔을 그들도 분명 공유하고 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같은 유전자 소인을 갖고 태어났어도 나와는 달리 키가 큰 두 남동생들은 철없던 시절에 가끔
"그 아래 공기는 여기 위보다 좀 탁하고 답답하지 않느냐?"는 둥, "낮은 눈높이에서 보는 세상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는 둥, "그나마 딸인 누나가 작고 아들들인 지네들이 큰 게 얼마나 다행이냐"는 둥 염장을 질러댔다.
과거에 장난끼 많은 키 큰 친구놈들도 나랑 마주보고 얘기를 하려면 정수리밖에 안보이는데 그나마도 속알머리가 없어(정수리 부근에 특히 머리숱이 없다 ㅠ.ㅠ) 몹시 가엾다고 능청을 떨기도 했다.
크게 넉넉하지도 않은 살림에 내가 출퇴근용 중고차나마 갖게 된 이유도
연일 아버지와 나란히 지하철 출근을 하던 시절, 만원 지하철 안에서 키큰 인간들 틈에서 짜부라질 것 같은 모양새로 누군가의 등짝 사이에 얼굴을 짓눌리는 딸래미를 보호해보겠다고 당신도 그리 크지 않은 키로 버티기를 하시던 아버지가 도저히 불쌍해서 안되겠는지, 당신은 장롱면허 20년의 뚜벅이 인생을 고수하시면서 나에겐 선뜻 차를 사주셨기 때문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뒤에도 작은 키에 대한 비웃음은 줄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운전석에 앉으면 뒤에서 전혀 보이질 않는다나 뭐라나..
그리고 새차를 장만한 뒤 운전석에 장착된 에어백의 주의사항에도 150cm미만의 단신이나 아동은 경추 골절의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들어있는데, 단신임에도 시야확보를 넓게 유지하는 것이 좋아 비교적 의자를 멀리 놓고 운전하는 내 자세로는 에어백이 터질 때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농담을 주변에서 아주 진담처럼 해댔다.
어쨌거나...
가뜩이나 발육이 좋고 키도 큰데다 높은 신발까지 신고 다니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연히 바닥에 붙은 껌처럼 느껴지지 않으려면 나 역시 꽤나 높은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하니
요즘 유행하는 예쁜 플랫슈즈나 캔버스 운동화 같은 것은 완전히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좀 더 나이 덜 들었을 땐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 없이 고집스레 납작한 신발을 신고 다닌 적도 있는데
요샌 아무래도 자신감이 줄었는지, 가끔 낮은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가거나 신발을 벗어야하는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빨리 집에 오고 싶어진다. -_-;;
게다가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의 신장이나 체중에 대해서 조금씩 거짓말을 일삼기 때문에
또는 나의 신체 비율이 유난히 좋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ㅋㅋ 이건 순전 내 바람일 뿐이지만)
내가 좀 작긴 작다고 느끼면서도 정확한 키는 짐작도 하지 못한다.
해서 "그래도 그 정도면 키가 157cm는 되지요?"라고 물어 내 가슴을 아프게 할 때가 있다.
실제보다 키를 크게 보는데 좋은 것 아니냐고 물을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만
저 질문엔 '아무리 작아도 157cm는 되겠지. 그 이하는 키도 아니지.. '라는 편견이 감추어져 있음을
키 큰 그대들은 아시는지. ㅠ.,ㅠ
얼마 전 잘 안쓰는 통장으로 매달 자동이체가 되던 보험료 확인(운전자 보험이었다)을 제대로 안해서
보험이 실효되어 다시 살리려면 직접 방문을 해야 한다기에 보험 영업소를 찾았는데
워낙 여러 해 전에 들은 보험이라 인적사항을 다시 기재해야 한다고 했다.
친절한 영업소 직원은 내 앞에 앉아 항목을 하나하나 되물으며 표기를 해 나갔는데
왜 거기 체중과 신장 기록란이 있는 것인지!!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척 쳐다본 직원은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48kg에 158cm이라고 적을까요?"라고
되물었다. -_-;;
순간 당황한 나는(실제 키보다 크게 봐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아니, 내가 48kg이나 나가 보인단 말인가?'하는 충격이 꽤 컸다) 실제 몸무게와 신장을 밝혀야 할 것인가 2초쯤 고민에 빠졌다.
체중과 신장, 둘 다 그 기준에 못미친다고 말하는 게 왜 그리 자존심 상하든지..
그리고 건강관련 보험도 아니고 교통사고나면 뒷감당 해주는 운전자보험에 왜 체중과 신장을 기록해야 하는 건데???
융통성 없는 나는 결국 어물어물 실제 몸무게와 함께 키는 실제보다 2센티미터 높인 숫자를 알려주고 나서
이내 크게 후회를 했다.
어차피 높은 운동화 신었으니 158cm이 아니라 160cm라고 우겼어도 상관없었을 텐데!!! +_+
그리고 다이어트 혐오하는 식탐녀 주제에 48kg이란 몸무게가 뭐 어떻다고!!! *_*
.....
순전히 자격지심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늘씬하고 길쭉길쭉한 멋진 사람들이 온통 득시글거리는 사회에서
칠순을 앞둔 엄마보다도 키가 작은 단신의 딸은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마냥 움츠러들 뿐인데
마침 오늘 엄마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드물게 나보다 작은(!) 젊은 여자를 보고
속으로 몹시 기뻐한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아 기념으로 적어보았다.
써놓고도 아 민망하도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