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 갔다

삶꾸러미 2008. 2. 1. 20:12

월말이면 당연하게 내 목을 옥죄는 원고마감 때문에 월말 월초를 좋아하진 않지만
넘길 원고는 아직 까마득히 남아있는데도 이번엔 1월이 가버리고 2월이 온 것이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남들은 작심삼일이 되든말든 산뜻한 새해결심과 함께 시작하는 2008년을 나는 절반쯤 정신줄을 놓고
미련과 청승만 떨며 지내다 한달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작업 분량은 부끄러울 정도로 한심한데
그렇다고 기억에 딱히 남을 만큼 가열차게 논 것도 아니고
재충전을 위한 푸근한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니다.
날씨 춥다는 핑계로, 사랑스런 조카가 왔다는 구실 따위로
그저 하루하루 눈뜨고 게으름부리고 때때로 늘어진 몸을 끌어다 컴퓨터 앞에 앉혀놓긴 했으되
뭘했나 돌아보면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곧 초인적인 가속도가 붙어줄 것이라고
자신을 믿어보자고 막연하게 품었던 기대는 그야말로 물거품이 되었으니
또 다시 사방에서 원고독촉 받는 일만 남았다.

2월이 시작됐으니 이젠 좀 달라지려나.
아니 달라져야한다.
꼬인 줄을 풀고 다시 힘차게 매달리는 원숭이가 되려면 확실히 달라져야하는데
역시나 오늘도 진도는 지지부진이다.
정신이 번쩍 나는 주사라도 어디 가서 한 대 맞고 오고 싶구나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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