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때 수십명의 친척들이 와글거리다 돌아간 뒤에 좁아터진 집이 몹시 넓어보이고
이상스레 사방이 고요해진 느낌이 지금도 든다.
어젯밤 이 시간만 해도 자라고 깔아놓은 이불 위에서 공주와 무수리는 가열차게 할리갈리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
드디어 조금 전 공주가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조용하고 한가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물론 제일 먼저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질에 여념이 없다.
3박4일간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도록 허락된 순간은 정민공주의 싸이질을 돕고 방문자수를 올리느라
공주의 감시 하에 내 미니홈피를 찾을 때 뿐이었다. *_*
어젠 잠시 블로그질 한답시고 올린 아랫글을 공주한테 들켜서 빨랑 지우라고 몇대 또 두들겨 맞아야 했다. 큭.
물론 공주가 잠든 뒤에 (무수리는 당연히 공주님 옆에 누워 꼭 껴안고 재워드려야 한다) 일어나서 일을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온종일 시달린 뒤끝엔 내가 먼저 졸음이 쏟아지기 일쑤라 나흘 간 일은 완전히 포기했었다.
어쨌거나 3박4일을 할머니댁에서 고모무수리의 보필을 받은 공주의 감흥은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엄마랑 아빠랑 지환이가 보고는 싶은데 집에 가기는 싫은 거 있지!"
"응, 원없이 놀았어." (원없이 놀았냐는 제 엄마의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욕심쟁이 공주가 "원없이 놀았다"는 대답을 할 정도면 정말로 제 성에 찰 만큼 고모를 괴롭히며 실컷
놀았다는 뜻이다. ㅎㅎ
몸은 좀 고달펐지만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며칠 잘 놀았다.
웃는 얼굴이 잘 안만들어져서 거울 보면 심술마녀처럼 보인다고 늘 불평하시던 왕비마마도
공주 덕분에 수시로 웃으셔서 좋았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손주들과 조카들의 존재는 확실히 우리 모녀에게 행복의 근원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