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으려니.. 하지만 오늘처럼 짜증이 연달아 치밀면
요즘 같이 인내심이 바닥인 경우 정말이지 견딜 수가 없다.
가뜩이나 짜증나는 은행 볼일이 또 생겨 노친네 모시고 기껏 동네 농협에 갔더니만
이 노친네 통장만 챙기곤 지갑을 집에 두고왔단다. -_-;;
신분증이 없어서 결국 볼일을 못봤음은 물론이고, 지난번에 창구에서 노친네를 면박준 문제의 은행원과
한판 붙으려고 눈에 쌍심지를 켰다가 신분증이 없어 아무것도 못하게 됐다는 사실을 안 순간 민망한 얼굴로 돌아서야 했다.
그래도 한판 붙어줬어야하는 건데 말일이라 은행에 사람이 너무 많아 나도 정신이 없었다.
이어 농협 옆에 붙은 마트에서 장을 보자고 하기에 엄마랑 같이 카트를 밀며 다니고 있는데
5분도 안돼서 안내방송이 왕왕 울렸다.
주차단속 나왔으니 얼른 길가에 세운 차를 옮기란다.
헉.. 나한테 한 말이었다.
단숨에 뛰쳐나가니 주차단속원 아저씨들이 주차딱지 붙여놓고 사진을 막 찍으려던 상황...
그나마 훈방조치. 빨리 차나 빼라고 해서 마트 주변 길을 한바퀴 돌아 주차단속 안될만한 곳을 찾다보니
동네 어귀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씩씩대고 다시 마트 쪽으로 걸어가려니 울 노친네 장도 다 안 봤는데 그것만 달랑 계산해 가지고 나와서는
길바닥에서 헤매고 계시다고 전화가 왔다. 아 짜증..
장바구니도 일부러 챙겨갔는데 비닐봉지를 2개나 사질 않았나 현금영수증 전화번호도 엉뚱한 걸로 불러줬단다.
그 새를 못 참고!
남은 열받아 죽겠는데 이 노친네, 내가 고른 양파가 하필 맨 위 하나가 썩은 거였다면서 더욱 화를 부채질 하신다. 그걸 발견했으면 바꿔오시든지!
다시 마트 들어가기도 귀찮아서 씩씩대며 양손에 짐들고 차 세워둔 곳으로 찻길 건너 올라가니
아 이건 또 뭐람.
단체로 소화불량 걸린 닭둘기의 짓인지 회백색의 새똥이 차 문짝에 '한 바가지' 떨어져 있었다. >.<
오래 전 새똥의 지독함을 모른 채 세차 안하고(원래 차를 더럽게 해서 다니는 편이고 그땐 또 잘난 척 손세차만 하던 시절이었다 ㅠ.ㅠ) 2, 3주 버티다 세차장에 갔더니만 범퍼에 새똥 떨어진 부분 도장이 완전히 홀라당 벗겨졌더랬다. 세차하던 아저씨가 오히려 더 놀라서 나를 막 불러내 설명을 하며 새똥이 떨어지면 암모니아 성분 때문에 도장이 쉬 상하기 때문에 얼른 닦아줘야 한다고 가르쳐줬다.
바빠죽겠는데 내일 당장 세차해야 하게 생겼다.
집에 노친네랑 장 본 거 내려놓고 또 서대문 도서관에 자료 좀 찾아보러 갔더니만
아 된장... 내가 찾는 책들이 하나같이 관외대출중이거나 서고에 없었다. ㅠ.ㅠ
이 무렵이 대학 중간고사 기간인가??
지난번에 주욱 찾아서 청구번호 적어놨을 땐 다 있었는데 미리 좀 빌려올 것을!!
게으름부리며 자료확인을 미루어왔으니 다 내 탓이긴 하지만 퍼뜩 머피의 법칙이 떠올랐다.
컴퓨터 자료검색엔 책이 있다고 나와도 책꽂이에 없는 책일 경우 서고 근처에서 책보는 사람을 살펴봐도
경험상 절대로 찾아내리란 보장은 없다. 설사 누가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고 해도 내 주변머리로 책을 빼앗아(?) 올 리도 만무하지만 암튼 인원수도 많지 않은 서고 옆 책상을 둘러봐도 내가 보려는 책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서점에 나가보는 수밖에. 으휴...
마지막으로...
신경질 잔뜩 부리면서 집에 돌아와 차고에 주차하다가
그간 잘만 피해왔던 고양이똥을 보란듯이 타이어로 밟아주었다.
다른 때는 한번에 잘만 꺾이던 핸들이 왜 빌빌거리며 말을 안 들은 것일까, 왜 하필 오늘!!
그저 더럽게 운수없는 날이기 때문이려니 하면서
얼른 10월의 마지막날이 가버리길 빌고 있다.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