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없다

삶꾸러미 2007. 6. 2. 18:08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던가
정말로 완전 공짜는 없는 게 맞나보다.

얼마전 싱글도 골드 싱글이 있냐고 푸념했던 사건의 발단은
친구의 주선으로 여차저차하여, 어느 잡지사에서 마케팅 일환으로 골드 싱글을 선정해
1년간 무료로 잡지를 보내줄 계획인데 나도 그냥 골드 싱글인 '척'하고
(그 친구 역시 내가 연봉 5천 이상의 전문직 여성에다 최소 1억 넘는 집을 소유한 부류가 아니란 것쯤은 너무도 잘 안다^^) 잡지를 받게 된 것이었다.
어쩐지 찝찝하지만 나름대로는 '전문번역가'의 위상을 좀 높여보겠다는(고소득 전문번역가도 분명 있긴 하니깐!! ^^) 알량한 취지로 그러마고 대답하면서 순진하게 '완전 공짜'인줄 생각했더니만;;;
역시 아니었다. -_-;;

어제쯤 두번째로 월간 잡지가 택배로 도착했는데
이번엔 안에 설문지가 들어있다. 켁...
제목하여 "고소득 싱글들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조사"
고소득이라니...
당연히 설문 문항에는 연봉을 기록하는 난도 있고, 월 지출 가운데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저축인지 유흥비인지, 쇼핑인지.. 기록하는 난도 있고
문제지가 서너장은 되는 듯하다.
얼핏 보다 골치아파서 그냥 던져두었는데
기분이 나쁘다.
공짜 효도 관광이라고 노친네들 죄다 관광버스 태워 데려가선 수십만원씩 하는 건강식품 팔면서 자식들이 그 정도도 못 사줄 능력이냐고 깐죽거려 노친네들 등쳐먹는다는 사기단을 만난 기분;;;에 비유하면 좀 심한가?
암튼... 짜증스럽다.

게다가 설문지 말고도 골드싱글 파티 초청장도 있는데
청담동에 있는 무슨 '클럽'에서 열린다는 파티에 동반1인 초대하니 오려면 미리 신청하라고도 적혀 있었다.
지인들과 밥먹고 술마시고 수다떨고 차마시는 거야 언제나 즐거운 파티지만
낯선 사람들과 우아하게 어울리는 파티 문화를 촌스러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갈 생각도 하고 있진 않지만
겨우 두달째부터 이렇게 슬슬 잡지사에서 바라는 게 많다는 걸 깨닫고 보니
앞으로 남은 10달은 잡지가 날아올 때마다 빚독촉 받는 기분으로 봉투를 열게 될 것 같다.
게다가 난 광고 투성이에 기사랍시고 죄다 소비를 조장하거나 스캔들을 파헤치는
깨알같은 글씨의 잡지를 보면 십중팔구 머리가 아파져, 미용실엘 가도 그림만 휙휙 보다 말거나 아예 따로 읽을 거리를 챙겨가는 인간이란 말이지!

정말로 공짜라고 믿었던 나의 어리석음이 새삼 민망하다.
아마 나를 추천했던 그 친구도 정말로 공짜라고 생각했을 터인데;;;
쯧쯧쯧...

이론으론 뭐든 빠삭하게 잘 아는 것처럼 잘난 체 하면서
역시 난 실상에선 늘 뒤통수를 맞는 어리버리다.
정말이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다고!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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