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등바등

삶꾸러미 2007. 5. 22. 02:21
몇년째 돌아보면 늘 아등바등 조바심을 치며 살고 있다.
누가 억지로 강요한 것도 아니니, 죄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그렇지만 '남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얼추 따라갈 만큼은 '벌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자꾸 욕심을 부리게 되고, 그 어떤 것보다 '자유'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건만 이제 나는 늘 시간에 쫓겨 지내느라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벌이'가 월등히 나아진 것도 아니다.
아 물론 약속대로 모든 원고를 '제때' 넘겼더라면 나아졌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수시로 어기는 약속들 때문에 지지부진 밀린 원고는 쌓여가고
원고의 질이든 인간적인 신용도든, 늘 '믿음직스런' 사람이 되겠다던 빛나는 야망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이번에도 마감일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던 원고는
스스로 죽어도 지켜야할 데드라인이라 결심했던 월요일을 지나... 화요일 새벽으로 접어들었고 아직도 내 손에서 씀풍~ 떨려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긴장 상태에선 잠도 달아나던 소심증은
상습범 특유의 배짱에 짓눌려 도망쳤나보다.
오늘밤에도 어김없이 꾸역꾸역 밤참을 챙겨먹고 보니 또 졸리다.
변하지 않은 건 그저 위대한 나의 식탐뿐.

이런 자성의 효과도 아마 3초 뒤면 사라지고 말겠지.
약속시간에 습관적으로 늦게 나타나는 인간들 몹시 혐오하면서
정작 큰틀에선 본인도 그런 인간형으로 분류되는 걸 깨닫지 못하는 아메바.
아... 정말로 시간약속 잘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년부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겐 과연 어떤 변명을 해야 용서받을 수 있을지.
손댈 필요 없는 훌륭한 원고로 보답하겠다는 핑계는 이제 부끄러워 더는 못써먹겠다.
오늘밤에도 그저 아등바등하느라 째깍거리는 초침이 두렵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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