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후 한국 출판사에서 걸려온 원고 독촉 전화에 뜨끔해진 나는 또 밤중에 홀로 청승을 떨며 주방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새벽까지 일을 하다가 침대로 기어들어갔고, 눈을 스르륵 감았다 뜨니 8시에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ㅎㅎㅎ


후딱 씻고 룰루랄라 조식 뷔페를 먹으러 로비 건물로 향했다.

K언니가 그나마 촬영용으로 우아하게 담아온 자기 접시를 기록으로 남겨 공유해주었다. 

물론 나는 전날 맛을 들인 특산물 감자요리와 아스파라거스+버섯을 곁들인 오믈렛을 큰접시에 산처럼 퍼다먹었고, 과일도 전날의 아쉬움을 완전 날려버릴 만큼 양껏 욕심을 부렸다. 밤새 일하면서 디카페인 커피에다 머핀을 먹었는데도 계속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_+ 이미 위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두 배로 늘어난 게 확실했다. 

빵도 맛있고, 오렌지주스도 맛있고, 과일도 싱싱하고.. 이제껏 먹은 호텔 조식 중에 가장 훌륭하다고 마구 칭찬을 하며 슬며시 리디아 온전 리조트의 방값이 궁금해졌다. 

체크아웃 하면서 K언니가 받아온 영수증을 보니 $229. 

4명이 분담하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E언니가 회비를 너무 적게 받은 것 같아 양심에 찔렸다. 

출국 전 1인당 여행경비를 묻자, E언니는 9박 10일 일정을 짰으니 1박당 100불씩, 900불을 내면 된다고 했었다. 하루에 1인당 방값 50불, 밥값 50불 정도 계산하면 될 거라나. (그러나 막상 돌아다닌 건 10박 11일이었음을 돌아와서 깨달았다. 바보도 아니고... 참나...)

남아도 안 돌려주고, 모자라도 자기가 부담할 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경비 걱정 안하고, 여행 코스도 그저 따라만 다니면 되니 무조건, 네 좋아요! 그러면서 덥석 다 받아먹고 다녔지만, 굳이 비싼 음식점을 찾아 들어갈 때도, 2, 3일에 한번은 방을 2개씩 얻어 편히 잘 때도 E언니한테 부담을 너무 주는 것 같아 미안했다. 불편해하기는 S도 마찬가지. 

그래서 우리가 긴급제안을 했다. 이제부터 무조건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먹고, 점심은 간단하게 조식부페에서 싸간 걸로 대충 때우고 저녁만 그럴듯하게 먹자고... 이미 사흘만에 밥값으로 경비 파탄 났을 거라고. ㅋㅋ 그러고는 눈치보며 달걀과 머핀을 주섬주섬 챙겨 가방에 넣었는데... 와... 다른 사람들은 아예 쟁반만한 테이크아웃용 그릇에다 한 상을 차려가지고 당당하게 들고나가더라! +_+ ㅎㅎㅎ


날씨는 계속 화창했고, 포틀랜드로 달려가는 내내 눈이 부셔 밖을 내다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열흘 내내 거의 날씨가 괜찮은데 하필 캐나다에 들어가는 날만 비가 예보되어 있었다. 그건 뭐 하늘의 뜻인걸 어쩔 수 없쥐..

암튼 또 포틀랜드까지 450킬로미터쯤, 4시간 반 정도 차로 달려가야했다. 점심무렵 맥도날드에 들러서 커피와 치킷너겟 몇개만 주문해, 호텔에서 싸온 삶은 달걀, 머핀과 함께 정말로 저렴한 한 끼니를 해치웠다. 오레곤 주의 법 때문에 굳이 테이블까지 서빙을 해주는 종업원이 있어도 우린 외부 음식을 아랑곳하지 않고 먹겠어! ㅋㅋ

드디어 오후 3시쯤 포틀랜드에 도착. 컬럼비아 강을 내려다보는 전망대 '비스타 하우스(Vista House)'엘 먼저 들렀다.  

이것이 비스타하우스 건너편 풍경

1층과 지하에 카페와 기념품숍이 있고 2층에 전망대가 있다는데 ㅋ 벌써 문을 닫았어! 게다가 바람은 또 어찌나 세차게 부는지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얼른 한바퀴 돌고는 차에 올랐다. 

강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를 달려 다음으로 간 곳은 멀트노마 폭포. 2단 폭포가 꽤 길고 물의 양도 많아서 꽤 유명한 관광지인듯 비스타하우스와 달리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지어 드나들었다.

ㅎㅎㅎ 맨 오른쪽은 인스타그램에도 자랑한 적 있는 아이들 도촬 사진. (이런 거 넘 부도덕한가? ㅠ.ㅠ)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중간쯤에 걸린 저 다리를 지나 정상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저 다릴 건널 이유도 없고... ㅋㅋ 그래도 저 다리 높이까지는 올라가서 장엄한 물소리를 듣고 왔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유명 사진작가들이 사진 찍으러도 많이 온다는데 난 수없이 셔터를 눌렀어도 이 정도가 최선이다. 


습기가 많아서 주변 나무들에 죄다 이끼가 덮여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무 괴물 생각도 나고, 밤에 보면 엄청 더 으스스하겠단 느낌이 들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폭포 바로 앞에 있는 100년쯤 된 멀트노마 폭포 롯지?라는 음식점에서 폭포를 바라보며 저녁을 먹는 것이었다. ^^;; 풍경이 음식의 조미료가 되는 셈?

이건 퍼온 음식점 건물 사진

폭포 입구와 건물 앞 도로가 워낙 좁고 차도 자주 다녀 길건너편 주차장에선 도무지 건물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 뒤져 퍼왔음. 건물자체도 오래되어 1층엔 작은 박물관이랑 기념품가게도 있다. ㅎㅎ 

E언니가 원래 6시로 2층에 있는 식당 예약을 해놓았었는데, 폭포 1/3지점까지 슬슬 올라갔다 내려왔어도 시간이 남아 30분 일찍 먹게 해달라고 부탁해 좀 기다렸다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우왕.. 역시나 경치 끝내주고! 이른 저녁을 먹는 사람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


예전에 이미 한번 와 본 적이 있던 E언니가 경치에 비해 음식 맛은 그저 그렇다고 선입견을 심어주었는데, 배가 별로 안고픈 S가 자긴 수프 한 그릇만 먹으면 된다고 해서 시켰던 걸쭉한 양파수프도 그렇고.. (가운데 사진... 저 위에 얹힌 건 치즈다.)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서 좀 비웃었던 피시앤칩스도 연어 스테이크도, 생선 살만큼은 정말 싱싱해서 배고팠을 때 왔더라면 군말없이 맛있다고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테이블이 막 비좁아서 불편했을 정도였고 파스타도 하나 있었던 거 같은데... 으음... 사진 안찍고 그냥 먹어버린 건지 원래 안시켰는지 기억에 없다. 

피시앤칩스엔 또 무조건 맥주! 캘리포니아도 가는 곳마다 지역 특산맥주가 있어서 이름도 기억 안나고 사진으로 남기지도 못한 에일 맥주를 많이 시켜마셨는데 대체로 다 맛있었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동네 맥주 중에서 에일 종류로 시키면 되는 것 같음. 물론 내 입맛에 그랬단 거고, 달달한 술 좋아하는 친구는 너무 쓰다고 인상을 썼다. 

또 다시 부른 배를 두들기며.. 포틀랜드 Courtyard Marriott 호텔로 향했다. 여기는 코인빨래방이 있어서 드디어 밀린 빨래를 돌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1회용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로비 끄트머리 작은 마트에서 사가지고 25센트 동전을 수십개나 바꿔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렸더니 2시간도 훨씬 넘게 걸린 듯... 

이날은 문 하나로 내부가 연결되어 있는 312호와 314호 방 2개를 빌려 따로 잤는데... 처음 빨래방에 내려갔을 때만 은근 기계치라는 E언니를 도우러 내가 따라갔고, 나중에 시간 맞춰 언니들이 내려가 빨래 가져다가 일일이 다 개어 우리방에 가져다주는 동안 나는 잠깐 침대에 누워 쉰다고 흠냐흠냐 졸다가 결국 완전 나가떨어져서 자정을 넘기고서야 퍼뜩 잠이 깼다. 으이그...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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