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삶꾸러미 2007. 4. 30. 19:48
5월은 1년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기다.
나무에 돋아난 연두색 이파리가 제일 예쁠 때이기도 하고
내 입에서 춥다는 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최초의 달인 경우가 많고 (4월은 내게 아직도 춥다)
중학교때 영어시간에 배운 달 이름 가운데 제일 짧아서 제일 먼저 외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
또 '유월이'가 간혹 6월에 태어난 하녀이름으로도 등장하는 것과 달리
'오월'은 어쩐지 어느 시인의 호 같기도 하지 않은가? ;-p

물론 학부시절 매캐한 최루탄 냄새로 뒤범벅됐던 추억은 여기서 제외다.
민주, 항쟁, 학살, 투쟁, 처절한 생존 따위가 5월과 나란히 자리하기 훨씬 이전에
내 뇌리엔 아름다운 신록과 아카시아향기 풍기는 5월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서 5월이 더 슬프고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런데 언제부턴가는 5월이 슬슬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머리가 굵어지면서 어버이날 선물의 비중도 커지더니만 이젠 조카들이 넷!
첫 조카의 어린이날 선물을 고르며 신나게 돌아다녔던 9년전과 달리
이젠 네 녀석(그나마 작년까진 셋이었다)의 어린이날 선물을 고르고 쇼핑하고 전달하려면 골치가 꽤나 아프다. ㅜ.ㅜ;;
정민공주처럼 콕 찝어서 선물을 요구하는 경우엔 그나마 고맙다. ㅋㅋ
스승의날도 대강 넘어가는 해가 많긴 하지만, 일단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어버이날 즈음하여 분가한 두 동생네와 스케줄을 맞춰 저녁약속을 잡고
음식점을 예약하고 그러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며칠째 올케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중인데도, 각자 친정 행사도 있고 보니
날짜 맞추기도 어렵거니와 부모님 선물을 뭘로 해야하나 그것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에효...

꼭 무슨 날에만 부모님을 챙기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매년 해온 행사를 그냥 건너뛸 수도 없는 일이고
주말에 단체로 모여 밥먹었다 해도, 어버이날 당일을 또 그냥 넘어갈 순 없으니
난 또 한아름 장봐다가 이것저것 저녁준비를 하느라 허리깨나 아파야 할 거다. *_*
아놔... 메뉴는 또 뭘로 해야 할까.

가정의 달을 앞두고 정신 시끄러운 내 기분처럼 4월의 마지막날 날씨는 몹시 우중충하다.
얼른 골치아픈 일 마무리하고
아름다운 5월을 맞아야할 터인데.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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