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과 작약

놀잇감 2015. 5. 25. 02:29

나는 어린 시절 '모란'이라는 꽃을 선덕여왕 위인전에서 처음 알게 됐던 것 같다. 꽃은 화려하고 예쁜데 향기가 없다는 걸 선덕여왕이 그림만 보고도 척 맞혔다나 뭐라나... 벌과 나비 없이 꽃만 그려서 향기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건데, 요새도 선덕여왕 위인전에 그런 얘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란에 향기가 없어서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다는 건 뻥이다. 그냥 모란 그림에는 벌과 나비를 안 그리는 게 전통 그림 양식이었겠지. 그런 그림들을 익히 본 후대 사람들이 선덕여왕 일화도 지어낸 게 아닐까나? -_-;


무튼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다. 어린 시절 선덕여왕의 모란과 울 할머니가 가끔 치시는 민화투의 '목단'이 같은 꽃이란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ㅋㅋㅋ

 ㅎㅎㅎ 이제보니 화투 모란꽃도 예쁜 것 같네... 


어쨌거나 모란은 일찌기 당송시대부터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고 역사적으로도 그 의미가 계속 이어졌던지 조선시대 궁궐과 종묘에서도 아주 중요한 그림으로 쓰인다. 주로 병풍으로...



조선의 왕을 상징하는 그림이 '일월오봉도'라고 하지만, 모란도 역시 궁궐의 모든 주요 의전행사에 쓰이는 그림이었단다. 혼례식, 장례식, 관례식 할 것 없이 전부! 종묘에 가보면 각각의 신주를 모신 제단에 일월오봉도 말고도 모란병이 이중으로 둘러쳐져 있단다. 저렇게 기암괴석 위에서 수직으로 자라는 모습을 화려하게 그린 것이 일반적.


저런 그림을 보면 아 모란이로군, 하고 아는 척은 하겠는데 실물로는 모란과 작약을 오래도록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 함정! '모란은 목본식물이고, 작약은 초본식물이다(뿌리만 살아있고 줄기는 겨울되면 다 시들지만 역시나 다년생 ㅠ.ㅠ)'라고 알면 뭐하냐고! 꽃을 봐도 구분이 안되는데.... +_+


작년에 내가 중앙박물관에 갔다가 용산가족공원 정원에서 찍어온 사진들이 있었는데 여기에도 올리면서 내가 아마 모란이라고 했다가 작약으로 바꿨던가.. 암튼 작년만해도 아리까리 구분하는데 통 자신이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아래 사진 석장은 죄다 작약이다. 

2014년 5월 23일에 찍어온 작약


특히나 아래 연분홍 작약이 수술 모양이 오묘해서 이런 게 다 작약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개량종은 별별 모양이 다 있으니 원.... 

보시라.... 지식백과에서 퍼온 작약사진이다..

작약도 노란 꽃술...



그렇다면 모란은???

내가 파악한 바로 구분법은 오로지 이파리!!

올해 경복궁에서 내가 찍어온 모란꽃을 다시 보자..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똑같은 구도와 색깔 꽃을 찍어오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작약 사진 비슷한 걸로 위에 퍼왔으니 일단 넘어가자. (아오... 지난주에 입궐해보니 교태전 후원에 작약도 잔뜩 피었던데 아까비;;;)

2015년 4월 28일에 찍은 모란



잎사귀의 차이가 확연히 보이지 않는가?!

모란은 잎이 넓적하고 손바닥처럼 펼쳐져 있다면, 작약은 잎이 뾰족뾰족 작고 좁고 좀더 딱딱하게 생겼다. 개량종인지 어쩐지 몰라도 꽃도 모란이 훨씬 크고 탐스러운 느낌. (궁궐에 심은 거라 유독 그럴지도.... ^^a)


모란은 흔히 '꽃중의 왕'이라고 하여 왕실에서 특히 사랑했던 것 같은데, 시기적으로도 모란이 먼저 핀단다. 2주쯤? 게다가 모란은 기껏해야 닷새에서 일주일밖에 꽃을 못 볼 정도로 금세 지는데 작약은 이래저래 '짝퉁'스럽게도 모란보다 늦게 피어서 꽃도 좀 더 오래 버틴다고. ㅋㅋ 


근데 또 헷갈리게도 영어로는 모란도 작약도 모두 peony! 구분하는 거 좋아하는 우리나 모란/작약 차이점에 연연할 뿐, 서양애들 눈엔 그냥 다 '피오니'인 거다! 쳇... 

찾아보니 둘다 '미나리아재비 목'에 속한대고

모란의 학명은 Paeonia suffruticosa

작약의 학명은 Paeonia lactiflora

서로 사촌이 틀림없다. 아니.. 자매인가? ^^; 


암튼... 4월에 핀 걸 봤다 싶으면 모란일 확률이 높고

5월에 본 건 작약이겠거니 , 특히 5월 중순 이후에 봤다면 무조건 작약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막연한가?

째뜬 나는 이제 이파리로 구분할 수 있다규~~ 후훗!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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