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벚꽃

놀잇감 2014. 4. 13. 16:32

눈여겨보지 않아서 그렇지, 벚나무를 많이 심어놓아 벚꽃길로 유명한 데를 가보면 대개 가지가 축축 늘어져 꽃이 피어나는 수양벚꽃이 한두그루씩은 꼭 있다. 우리동네 벚꽃길에도 물론 있고, 제주도나 경주에서도 본 기억이 나고, 여의도 윤중로에도 있었던 것 같고, 각 궁궐에도 다 있는 듯하다. (창덕궁과 경복궁에 있는 건 내 눈으로 봤으니 확실한데 나머지 궁에도 있는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 ^^; 근데 아마 있지 않을까나 ㅋ)

 

하지만 내가 수양벚꽃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난생 처음 봤다며 반색한다. 유명한 데로 벚꽃 구경 한번 안다녀 본 사람은 없을 텐데 이유가 뭘까...  철철이 꽃구경에 심취한다는 건 나이들었다는 뜻이며, 꽃놀이 다닐 생각이 들면 그건 중년이라는 증거라는 말도 듣는다. 하기야 난 젊어서도 꽃을 좋아했다고  주장하는 바이지만, 사실 어려서 좋아했던 건 꽃집에서 파는 꽃 위주였던 것 같다. 장미, 튤립, 프리지아, 백합, 스타치스, 칼라, 소국, 수국, 카네이션, 데이지, 리시안서스... 꽃집 양동이에 담긴 싱싱한 꽃들과 향기에 행복해하다가 신중하게 골라 한 다발 집안에 들여놓고는 좋아했다. 회사 다니던 시절 지긋지긋한 월요병을 극복하고자, 월요일마다 사무실 책상에 일부러 꽃을 꽂기도 했다. 지 책상에만 유난스레 꽃 꽂아놓는다고 남들이 뭐라 하거나 말거나... 흥. 

 

물론 길가에 피어나는 민들레, 애기똥풀, 개망초, 제비꽃, 진달래 같은 애들도 예뻐했지만 굳이 꽃구경을 나설 생각은 진짜로 서른 넘어서 했던 것도 같고... 아닌데, 스무살 때도 데이트랍시고 분명 밤벚꽃놀이 갔었는데 ㅠ.ㅠ 지금도 젊은 사람들의 꽃놀이는 벚꽃구경이 유일하고, 나머지 꽃구경은 '아줌마들'의 전유물이 맞는 것도 같다.

 

암튼 잎도 나기전에 서둘러 화라락 피어나는 성급한 봄꽃들은 거의 다 졌고, 라일락이 한창이다. 벚꽃, 살구꽃, 매화, 복사꽃(이들이 바로 나를 몹시 헷갈리게 만드는 비슷한 꽃 4종 세트되시겠다 ㅋㅋ 하기야, 배꽃, 자두꽃도 비슷하게 생겼더라 ㅠ.ㅠ) , 목련, 진달래, 개나리 같은 애들을 다시 보려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게 생겼다. 아쉬운 마음에 종종 핸드폰에 든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러고 보니 '수양벚꽃'이 정확한 이름인 줄도 잘 모른다. 수양버들은 수나라 양제가 운하를 건설하며 강가에 버드나무를 심게 해서 생긴 이름이라던데, 그래서 원산지가 중국이고 우리나라 자생 버드나무는 능수버들이라고 한다던데. 둘의 차이는 물론 암만 봐도 모르겠으나, 그렇다면 수양벚꽃도 능수벚꽃이라 불러야 하나? ㅋㅋ 아 이 겉잡을 수 없는 잡념의 꼬리물기..

 

결론은 그저 벚꽃이 져 아쉽다는 것. 

 

날이 맑긴 했어도 바람불고 엄청 쌀쌀했던 4월 4일 경회루 앞. 이날도 이미 궁궐 벚꽃은 끝물이었다.

 

이건 복사꽃 (개복숭아꽃이라고 누가 그랬던 듯;;)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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