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9.04.08 2019 집앞 벚꽃 2
  2. 2019.04.06 전기렌지 4
  3. 2019.04.04 굳이 왜 또... 2

2019 집앞 벚꽃

투덜일기 2019. 4. 8. 11:52

작년엔 블로그에 벚꽃일기 포스팅을 안했더군. SNS에만 자랑했던 모양이다. 암튼 작년엔 4월 4일에 만개했다고 선언을 했었는데..

올해는 오늘 날짜로 만개했다고 봐야하나 내일로 봐야하나 고민중이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사이에 너무 추웠던인지 가지끝엔 아직 꽃들이 덜 피었는데도 마당 한 가득 꽃잎이 떨어지는 중이다. ㅠㅠ 벚꽃의 탐스러움도 작년만 못한 것 같고...​

​하지만 뭐;; 며칠 전에 석촌호수 벚꽃축제 시작날 가서 본 벚꽃보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보는 두 그루 벚나무가 훨씬 아름답다. 

살구꽃(꽃자루가 없어 가지에 딱 붙어 핀다)



벚나무보다 일주일쯤 먼저 피기 시작한 살구꽃은 이제 막 꽃송이째 떨어져내리는 중인데;; 올해는 살구가 확실히 해걸이를 할 모양이다. 나무가 죽어가는지 아예 꽃이 피지 않은 가지도 많고 꽃도 성글성글... 그래도 이렇게 봄날이 아쉽게 흘러간다. 




Posted by 입때
,

전기렌지

아픈 손가락 2019. 4. 6. 17:54

몇년 전 부엌 씽크대와 수납장을 새로 하면서 쿡탑으로 바꿨던 가스렌지를 버리고, 2월에 전기렌지를 들였다. 가스렌지로 음식을 조리하면 불완전 연소된 가스 때문에 집안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엄청 높아 환기가 필수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래서 할아버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생 부엌에서 조리를 많이 해온 할머니들이 치매에 걸리는 확률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그보다는 작년부터 깜빡깜빡 건망증이 심해져서 자주 냄비를 태우는 엄마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이 들면 미각만 둔해지는 것이 아니고 후각도 많이 둔해지는지, 엄마는 국이나 찌개를 데우려고 가스불을 켜놓고는 뒤 돌아 앉아 식탁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타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하셨다. 기껏 아침에 혼자 차려 드실 때 데워드시라고 한밤중에 신경 써서 끓여놓은 쇠고기 뭇국이나 된장찌개를 한끼도 제대로 못먹고 새까맣게 태워버릴 때는 정말... 눙물이 앞을 가렸다. ㅠ.ㅠ 일주일이 멀다하고 시커멓게 된 냄비를 닦으면서 화도 났지만 이러다 엄마가 집을 홀랑 태워먹지나 않을까 두려워졌다. 넘친 국물 닦던 행주를 가스렌지 옆에 그대로 놓았다가 불을 낼 뻔한 적도 있었으니...

암튼 불안불안하던 차에 정수기 렌탈 업체에서 전기렌지 행사기간이라며 살살 꼬드긴 김에 홀라당 넘어가, 가스렌지를 없애기로 한 거다. 물론 걱정이 없진 않았다. 자타공인 '기계치'인 엄마가 전기렌지를 제대로 사용하실 수 있을까? 도시가스 중간밸브도 잠가놓으면 당황해서 가스불을 켜지 못해 노상 중간 밸브를 열어두고 살아야 했는데 말이다. 

걱정은 결국 현실이 되었고, 전기렌지 사용법을 '나름 세심하게' 메모지에 적어 렌지 옆에 붙여놓았음에도 엄마는 두 달이 다 되가도록 사용법을 익히지 못했다. 가스렌지는 손잡이만 눌러 돌리면 단번에 불이 켜지는 데 반해 전기렌지는 먼저 전원을 켜고-->냄비 위치를 정해 누르고-->불세기 숫자를 누르는 3단계 행동을 거쳐야 불이 켜진다. 이 과정을 너무 오래 뜸들이면 삐삐 거리면서 또 전원이 자동으로 꺼진다. 가스렌지처럼 불이 붙었는지 한눈에 확인도 어렵다. 전기가 들어오는 소리가 징~ 하고 들리지만, 보청기를 껴야 하는 엄마의 청력으론 그게 잘 안들리는 것 같다. ㅠ.ㅠ 그나마 3구 전기렌지 중 한 군데는 인덕션이 아니라 빨갛게 불이 들어오는데, 그곳만 사용하시라고 집중적으로 교육을 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해서 요즘 엄마는 전기렌지와 씨름하다 포기하고 '전자렌지'에 국이나 찌개를 데워먹는 방법을 택하거나 아예 국물요리를 포기하기 일쑤다. 왜 자기 혼자 있을 때 누르면 잘 안되는지 당신도 잘 모르시겠단다. 내가 보는 앞에서 3단계 작동법을 시연해보라고 하면 또 곧잘 하시던데... 물론 간혹 혼자서 '성공적으로' 전기렌지를 켜 국을 데워드신 적도 있지만, 그럴 땐 또 다 데운 뒤에 '끄기'를 누르지 않아서 또 다시 국 한 냄비를 홀라당 태워버린 전적이 2번이나 있다. 잠자다 말고 타는 냄새에 놀란 내가 뛰쳐나와 전원을 껐으니 망정이지. 엄만 내가 뛰어나와 불을 끈 뒤에야 비로소 탄 냄새를 맡았다고 한다. 

전기렌지 사용법을 적은 글귀가 너무 헷갈리나 싶어 다시 더 간단하게, 그림까지 곁들여 붙여 놓은 적도 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1, 2, 3단계를 거쳐야하는 작동법 자체가 엄만 그냥 복잡하게 여겨져 싫은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엄마가 더 복잡한 스마트폰도 쓰시면서, 카톡으로 사진도 보내고, 찍은 사진 편집도 해 저장할 줄 알면서, 전기렌지 3단계가 뭐가 그렇게 어렵다는 건지, 확실히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하자, 정말로 기계치라서 스마트폰도 전화 걸고 받고, 카톡과 문자, 사진찍기 이외 기능은 전혀 쓰지 않는다는 후배 하나가 자긴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된단다. 햄버거집이나 새로 생긴 쇼핑센터 푸드코트 같은데서 무인계산기 앞에만 서면 얼마나 진땀이 나는지 모른다나. 그 친구는 폰뱅킹, 인터넷뱅킹도 할 줄 몰라 은행업무도 ATM 머신을 꼭 찾아다니는데, 머잖아 자기 같은 사람은 퇴출 인류가 될 수도 있겠다며 걱정을 했다. 그러니 전자렌지 가지고 엄마한테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올해로 79세가 된 엄마는 또래들 중에선 나름 인텔리고 지적인 욕구도 많으며 이 동네에선 꽤나 세련된 (아프지 않을 때만!) 할머니로 통하지만 그간 여러 지병을 앓아오며 자기가 되게 늙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건강과 관련해서 내가 조금만 잔소리를 할라치면 듣기 싫어서 내 입을 막으려는 수단으로 '내가 빨리 죽어야지' '빨랑 죽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된다' 카드를 휘두른다. 으익! 당뇨병환자임에도 단것, 열령 높은 것만 탐닉하며, 결과는 나 몰라라 하는 엄마를 보면 딱 유치원생 수준이니 그렇게 대해야한다고 마음을 다지면서도, 아직은 건망증 수준일 뿐 치매환자도 아니고! 우울증이 심하지 않을 때는 제발 든든한 우리 엄마로 자식들 입장과 사정도 좀 배려해주는 주는 마음을 품어주시길 바라게 된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변화에 적응 못하는 것이 노인의 특성이라지만, 엄마가 스마트폰에 적응해 어느새 중독자가 되어 하루종일 들여다보시는 것처럼 설마 전기렌지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지겠....지? 꼭 그래야한다. 모녀가 자꾸만 부딪치는 건 까탈스러움이나 잘난척의 정도가 둘 다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란 걸 느끼는데 ㅠ.ㅠ 엄마의 현재가 미래의 내 노년의 한 모습이라면 너무 슬프다. '너도 늙어봐라'고 장담하는 엄마한테 난 좀 다를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 욕심일까. 

Posted by 입때
,

굳이 왜 또...

투덜일기 2019. 4. 4. 17:11

4월을 맞아 '진짜로' 열심히 일에 매진해야겠다고 결심한 주제에 난 굳이 왜 또 거의 휴면중인 블로그를 기웃대고 있을까나. 

휴대폰 중독자란 걸 인정한다.  IOS 업데이트 이후로 일주일마다 평균 내가 휴대폰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전주 대비 얼마나 시간이 늘고 줄었는지 통계가 턱 나오는데 그때마다 찔린다. 와.. 진짜 하루에 휴대폰을 너무 많이 들여다보는 거 아니니. 민망해서 차마 그 시간까지 고백은 못하겠다.

암튼 일하기 싫어서, 심심해서, 아님 그냥 습관적으로 SNS를 종류별로 순례하고 뉴스를 읽고 음악을 고르고... 그러면서 간간이 들어온 쪽일은 뒷전이라 컴퓨터 앞에 오래 진득이 잘 앉지 않았다. 영화 일은 아무래도 짧은 기간 '빡세게' 몰아붙여야하는 작업이고 거의 매번 시간이 쫓겨 일주일 넘게 컴퓨터 앞에 앉더라도 딴짓을 할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갑자기 원인 모를 다리 통증으로 고생한 이후로는 한 자세로 두어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통점이 여실히 느껴지므로 불안해서 얼른 일어나 다른 짓을 하기도 했다.  그 다른 짓이란 물론 벌렁 매트리스에 드러누워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또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그러다 정신차리고 보니 올해도 1/4분기가 다 지나버렸다. 어머나! 언제!? 2019년을 병원에서 맞았고 1, 2월은 거의 내리 누워있던 관계로 올해는 이상하게 시간감각이 잘 탑재되질 않는다. 대체 언제 3월이 왔던 거고, 어느 틈에 지나간 거지? 게다가 4월인데 날씨는 또 왜 아직 이리 춥냐고! 겨울 코트를 자랑스럽게 입어도 추운 건 정말 반칙인데, 그래도 집앞 살구나무는 엊그제 다 피어버렸고, 벚나무도 10분의 1쯤 꽃을 피우며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그걸 보며 4월도 눈깜짝할 새 후딱 다 지나가버릴까 싶어 조바심이 나는데... 번역해야 할 원서에 챕터별로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하루 일할 분량까지 다 나눠 놓았는데... ㅋ 가속도 붙일 생각은 안 하고 요번엔 초인적 작업력을 주실 '그분'이 언제 강림하시나 그 기대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블로그나 되살리고 말이지... 으휴. 시답잖은 블로그 포스팅 하나 할래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데 이짓에 뛰어든 걸 보면, 그나마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도 다시 통증이 나타날까봐 전전긍긍 두려워하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일 거라고 위안을 삼기로 했다.  어쩌면 하도 게을리 해서 바닥 수준으로 떨어져버린 우리말 어휘력과 문장력을 미리 블로그로 슬슬 더 닦아 보려는 술수일 수도 있겠고. ^^; 해서 작년에 비공개로 야금야금 사진 위주로 올렸던 포스팅도 정리해 공개로 돌렸다. 앞으론 슬슬 심심해질 때마다 휴대폰과 씨름하는 대신 블로그에 허튼 글이라도 좀 쌓아볼까 하고. 하도 게을러서 나도 나를 못믿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로' 뭔가 결심을 적어두면 말과 글의 힘에 기대에 뭐든 좀 지키려는 노력을 하게 되더라.  휴대폰으로 요즘 뉴스와 댓글 보며 분노 폭발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다.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