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날이라 영계 세 마리를 사다가 삼계탕을 끓였다. 내가 닭요리를 할 때 유별난 게 있다면 기름 많이 나오는 닭껍질을 홀라당 다 벗겨버리고서 끓이거나 볶아먹는다는 것. 껍질을 벗기고 익히면 맛이 없으니, 그냥 해서 먹을 때 벗겨버리는 게 더 낫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기름 뜨는 것도 싫고 담백한 맛이 더 좋다. 흥.


암튼 토종닭을 사서 백숙을 하든 영계를 사다가 1인분씩 삼계탕을 끓이든 닭볶음탕용 토막 고기를 사든 닭손질은 참 하기 싫은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맨손으로 못하고 꼭 고무장갑을 끼고 했을 정도. 우툴두툴 닭맨살 만지는 느낌이 섬뜩해서 원... 하지만 고무장갑 끼고 가위질로 닭껍질 벗기다가 고무장갑 몇 개 해먹고는 포기... 아줌마 내공을 발휘하여 맨손으로 달려든다. 


역시나 가장 고난이도는 닭 뱃속을 맨손으로 긁어내는 단계. 가뜩이나 찝찝한데 나를 더 열받게 만드는 행태가 있으니 바로 닭뱃속에 허옇고 누런 기름덩어리를 잔뜩 넣어 무게를 늘려놓는 경우다! 원래도 닭뱃가죽 아래부터 똥꼬(꽁지?)에 이르는 부분에 기름이 많은 모양인데, 먹지도 못할 기름덩어리를 순전히 그램 수 채우려고 꾸역꾸역 접어서 뱃속에 넣어놓은 걸 발견했을 땐 우쒸 정말!!  >_<


어차피 닭의 무게로 정한 홋수 구분에 좀 융통성이 있을 텐데... 그리고 닭 키워 잡는 전문업체라면 닭을 얼마 정도 키워야 몇 그램이 나오는지 수치상으로 다 정해져있지 않을까? 왼제품으로 900그램짜리 토종닭 한 마리를 키워 잡으려면 '며칠'간 사료를 어느정도 먹여야한다.. 자료가 딱 나와있을 텐데... 결국엔 며칠이라도 사료 값 아끼려고 닭을 먼저 잡아서는 뱃속에 기름까지 꾸역꾸역 다 포함해서 포장을 해 이윤을 남긴다는 뜻이겠지. 그야말로 치사찬란한 눈 가리고 아웅.


또 얼마전엔 찰옥수수를 사다가 쪄먹으려고 스티로폼 그릇에 랩으로 포장되어 있는 걸 두어개 골라 가져왔는데 3개씩 포장된 팩을 열어보니 셋 중에 하나는 꼭 하자가 있거나 벌레가 먹은 거였다! 벌레가 몰래 껍질 속에서 파먹은 정도라서 겉으로 모르는 게아니라, 겉껍찔부터 시커멓게 파먹어들어가서 딱 봐도 알게 생긴 상황. 특히 큰 옥수수를 하나 넣어놓은 경우엔 어김없이... 아오 짜증! 썪거나 벌레 먹은 옥수수는 상품성이 없으니 아예 팔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상자째 사도, 오이나 감자, 고구마를 박스째 사도 늘 그런식이다. 맨 위에는 알이 굵고 실한 놈으로 그럴듯하게 담고 아래쪽은 부실하고 작은 놈들로 채워놓는 방식. 물론 일부 농산품 직거래의 경우엔 그냥 골고루 크고작은 아이들이 '정직하게' 한꺼번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마트든 시장이든 겉만 번지르르 담아놓는 건 똑같다. 제발 좀 그러지 말지...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그러면 불법이라던가 뭐라던가... 농업 생산자의 양심상 절대 그러는 법 없다던데 왜 우리나라는 투명 플라스틱에 딸기 한 팩을 사도 아래는 오종종 작은 딸기가 위쪽에만 굵직한 딸기가 얹혀있느냐고! 젠장... 설마 이 나라 국민성에 보편적으로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가?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아마도 좋은 상품만 찾는 소비자를 탓하겠지만, 겉만 번지르르 포장해놓고 내용물이 다른 상품을 좋아라 할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농축산물이란게 당연히 균일하게 자랄 수 없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으니, 제발 눈속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선택받는 방식이 정착되기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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