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따리
편집자와 번역가의 딜레마
입때
2007. 5. 14. 13:04
계약 마감일에 즈음하여 번역원고를 넘기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출간전에 교정원고를 한번 더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출판사에 따라서 이 과정을 생략하는 곳도 있지만
내가 거래하는 출판사들의 경우 2/3 정도는 편집자의 교정을 거친 원고가 원문의 느낌이나 분위기와 많이 멀어지지는 않았는지, 또는 분량 때문에 원고를 많이 쳐낸 경우 내용의 연결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을 부탁한다.
초보 번역가 시절엔 물론 언감생심 이런 과정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 ^^;;
번역 초보의 특징은 원문의 틀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해 번역체의 느낌을 철철 흘리는 것이
보통이므로, 원고를 넘기고 나서 출간된 책을 보며 그제야 본인의 번역 문장과 다듬어진 문장의 차이를 깨닫고 차츰 배워 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내가 번역한 원고를 주로 교정하고 편집했던 담당자들 덕분에 정말로 나는 참 많은 걸 배웠고, 비교적 빨리 출판사가 원하는(말하자면 독자들이 편하게 여기는) 문장 호흡과 분위기를 익힐 수 있었더랬다.
돌이켜보면 요즘 거의 대부분의 출판사와 편집자들은 길고 복잡한 문장을 적절히 잘라서 호흡이 짧고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은 글과 감각적인 느낌의 번역을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옮긴이 본인이 원서를 발굴해서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책이라면 모를까, 나처럼 대부분 출판사에서 기획한 책을 '하청' 받듯이 일방적으로 의뢰받은 경우엔 (물론 의뢰 단계에서 책이 영 마음에 안들면 고사하는 때도 있지만, 내가 몹시 싫어하는 '경제경영서'나 '처세서'가 아닌 한 작업 일정이 맞으면 대개는 수용하게 된다. 일 없어서 노는 번역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_-;;) 애당초 번역 단계부터 원서의 문체를 최대한 살리도록 하되, 출판사에서 기존에 출간한 책들과 얼추 비슷한 수준의 문장과 분위기로 맞춰주는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나중에 편집자의 취향과 정면으로 맞부딪치게 되기 때문이다.
번역가에게 교정원고가 날아오는 것은 대개 초교(첫번째 교정교열을 의미한다)를 끝내고
2교와 3교를 앞둔 시점인 때가 많다.
편집자의 경향과 출판사의 요구 방향에 따라선 교정원고가 처음 넘긴 번역원고에서 그저 오자만 잡아낸 정도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순서와 구조까지 크게 변형된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럴 땐 아예 담당자가 미리 조심스레 양해를 구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저런 기획의도 때문에 원문의 구조와 순서를 바꾸었으니 원문 자체의 뉘앙스만 봐달라는 식으로.
이럴 땐 애써 한문장 한문장 다듬으며 번역을 한 사람으로서 몹시 입맛이 쓰지 않을 수 없지만, 우선 책을 잘 팔고 보자는 것이 출판사의 목표이므로 어쩔 수 없이 협조는 필수다.
또한 그간 편집자들과도 친분을 많이 쌓고 보니, 그들의 애로사항 또한 모르는 바 아니어서 나는 교정원고를 검토할 때 옮긴이로서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최대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혹시 편집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오탈자를 잡아주고, 혹시 매만져진 문장에서 원문의 뉘앙스와 완전히 달라진 경우만 되돌리는 식으로. (유명 번역가 선생들 가운데선--아니, 유명하진 않더라도 지조 있는 번역가들은--쉼표 하나, 토씨 하나도 바꾸지 못하게 하는 이들도 있다지만, 나는 좋게 말해 융통성이 있는 편이고 나쁘게 말하면 편집자들의 선호도에 영합하는 지조 없는 번역가라고 하겠다.. 껄껄)
하지만 고집스러운 옮긴이의 경우엔 편집자가 나름대로의 출간 경향에 맞춰 교정해 놓은 문장들을 원래대로 다시 되돌려,원고뭉치를 완전히 새빨갛게(인쇄된 원고를 교정할 땐 빨간색 펜으로 수정 내용을 표시하는 게 아마 원칙일 거다. 그치만 나는 가끔이라도 원고 페이지를 시뻘겋게 수정하는 게 꺼려져 초록색이나 보라색 펜을 쓴다 ㅋㅋ) 수정하여 너널너덜한 상태로 만들어 보내기도 한단다. ^^;;
편집자와 번역가의 딜레마가 상충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편집자들도 교정교열을 하면서 원서를 참조하기는 하지만, 대개는 번역원고만 들여다보면서 비문이나 어색한 문장이 발견되면 '나름대로' 문장을 다듬는 것이 대부분이다.
편집자가 외국어 원문까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대개는 국문과 출신인 편집자에게 그런 것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일 게다. 그러니까 편집자는 어디까지나 독자 입장에서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다듬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하겠다.
하지만 번역하는 입장에선 최대한 지은이가 전달하려는 느낌과 문체를 고스란히 우리말로 자연스레 옮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이 짧고 읽기 쉬운 것만이 능사는 아니니 말이다.
오래 전, 문장의 호흡이 몹시 길고 복잡한 만연체의 소설을 번역한 적이 있었다.
가끔 10줄에 육박하는 길고 긴 문장들을 '최대한 유려하게' 번역하려 애쓰면서 나는 정말 미치고 폴짝 뛸 것처럼 괴로웠지만, 그 작가의 경우 답답하리만치 길고 복잡한 문장은 작품의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담아내는 중요한 장치였기 때문에 쉽게 번역하자고 아무렇게나 문장을 끊어댈 순 없는 일이었다. 당시 편집자 역시 기나긴 문장의 호흡이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흔히들 저지르듯) 독자의 이해를 위한답시고 무작정 문장을 짤막하게 절단내는 횡포는 피했으므로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우겨대도 옮긴이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는 경우 또한 비일비재하다.
아무래도 소설이 문체에 가장 민감한 장르라고 여겨지는데, 우리나라 독자에게 낯설다고 여겨지는 경우엔 출판사와 편집자의 의견에 따라 독자의 입맛에 맞게 요리되는 과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출간된 소설의 경우엔, 섬세한 묘사에 치중한 문체도 문체려니와 '시제'가 대단히 중요한 소설의 장치였더랬다. 모든 사건이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감을 주기 위하여 거의 모든 문장이 현제시제였고, 간혹 과거를 회상할 때만 과거 시제가 사용되고 있었던 것.
하지만 편집자 출신의 출판사 사장(가끔 직접 번역도 한다고 했다. -_-;;)은 현제 시제로 일관된 문장이 한국 독자들에게 너무 낯설다면서(나는 지금도 한국 독자들의 수준을 폄하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편집과정에서 '자기네들이 알아서' 일부 문장을 '익숙한 과거시제'로 바꾸겠다고 나에게 통보했다.
교정원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나는 '일부 과거형으로 손을 댄 문장들' 때문에 원문의 분위기가 여실히 달라졌으니 원래 내가 번역했던 대로 시제를 되돌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여전히 내세웠지만, 결국 내 의견은 묵살되고 말았다. 그런데 편집진 내부에서도 의견이 오락가락했었는지, 출간된 책을 보니 현재 시제로 되돌아간 문장도 더러 있긴 하되 짤막한 문장들을 공연히 연결하거나 다듬는 과정에서 '새로이' 수많은 오탈자가 생겨났음이 드러났다. 어휴...
교정쇄를 거치면서 오탈자는 거의 수정했다고 들었지만, 그 책을 쳐다보면 나는 아직도 시제를 중시했던 지은이의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내지 '못한' 아쉬움에 사로잡힌다.
아무튼
지금 또 얼마 후 출간될 교정원고와 함께 초록색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아 있으려니 한숨부터 나온다.
이번 책은 원래부터 여러 명의 필자들이 지었거나 들려준 이야기를 엮은 책이어서 챕터별로 분위기도, 문체도 다양하고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편집자는 '나름의' 욕심을 부렸는지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와 말투로 통일하느라 일부 글의 느낌이 달라지고 말았다.
최대한 편집자의 편의를 봐주려는 원칙은 세워놓았지만... 나도 이럴땐 갈팔질팡하게 된다.
게다가 요즘 '가끔 만나게 되는 일부' 편집자들은 놀랍게도 취향이 비슷하다. 그들이 앞세우는 핑계는 '독자들이 짧은 호흡의 읽기 편한 문장'을 선호한다는 것인데, 나는 제아무리 실용서라도 길고 짧은 문장의 리듬이 있고 장황하지만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맛깔스러운 문장을 '원문대로' 살리고 싶은 욕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_-;;;
어느 쪽이 양보해야 더 좋은 책이 만들어질 것인지 장담할 순 없으므로
오늘부터 며칠 또 고민 깨나 해야 할 성 싶으니...
나오느니 한숨뿐이다.
에효...
출간전에 교정원고를 한번 더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출판사에 따라서 이 과정을 생략하는 곳도 있지만
내가 거래하는 출판사들의 경우 2/3 정도는 편집자의 교정을 거친 원고가 원문의 느낌이나 분위기와 많이 멀어지지는 않았는지, 또는 분량 때문에 원고를 많이 쳐낸 경우 내용의 연결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을 부탁한다.
초보 번역가 시절엔 물론 언감생심 이런 과정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 ^^;;
번역 초보의 특징은 원문의 틀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해 번역체의 느낌을 철철 흘리는 것이
보통이므로, 원고를 넘기고 나서 출간된 책을 보며 그제야 본인의 번역 문장과 다듬어진 문장의 차이를 깨닫고 차츰 배워 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내가 번역한 원고를 주로 교정하고 편집했던 담당자들 덕분에 정말로 나는 참 많은 걸 배웠고, 비교적 빨리 출판사가 원하는(말하자면 독자들이 편하게 여기는) 문장 호흡과 분위기를 익힐 수 있었더랬다.
돌이켜보면 요즘 거의 대부분의 출판사와 편집자들은 길고 복잡한 문장을 적절히 잘라서 호흡이 짧고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은 글과 감각적인 느낌의 번역을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옮긴이 본인이 원서를 발굴해서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책이라면 모를까, 나처럼 대부분 출판사에서 기획한 책을 '하청' 받듯이 일방적으로 의뢰받은 경우엔 (물론 의뢰 단계에서 책이 영 마음에 안들면 고사하는 때도 있지만, 내가 몹시 싫어하는 '경제경영서'나 '처세서'가 아닌 한 작업 일정이 맞으면 대개는 수용하게 된다. 일 없어서 노는 번역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_-;;) 애당초 번역 단계부터 원서의 문체를 최대한 살리도록 하되, 출판사에서 기존에 출간한 책들과 얼추 비슷한 수준의 문장과 분위기로 맞춰주는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나중에 편집자의 취향과 정면으로 맞부딪치게 되기 때문이다.
번역가에게 교정원고가 날아오는 것은 대개 초교(첫번째 교정교열을 의미한다)를 끝내고
2교와 3교를 앞둔 시점인 때가 많다.
편집자의 경향과 출판사의 요구 방향에 따라선 교정원고가 처음 넘긴 번역원고에서 그저 오자만 잡아낸 정도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순서와 구조까지 크게 변형된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럴 땐 아예 담당자가 미리 조심스레 양해를 구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저런 기획의도 때문에 원문의 구조와 순서를 바꾸었으니 원문 자체의 뉘앙스만 봐달라는 식으로.
이럴 땐 애써 한문장 한문장 다듬으며 번역을 한 사람으로서 몹시 입맛이 쓰지 않을 수 없지만, 우선 책을 잘 팔고 보자는 것이 출판사의 목표이므로 어쩔 수 없이 협조는 필수다.
또한 그간 편집자들과도 친분을 많이 쌓고 보니, 그들의 애로사항 또한 모르는 바 아니어서 나는 교정원고를 검토할 때 옮긴이로서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최대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혹시 편집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오탈자를 잡아주고, 혹시 매만져진 문장에서 원문의 뉘앙스와 완전히 달라진 경우만 되돌리는 식으로. (유명 번역가 선생들 가운데선--아니, 유명하진 않더라도 지조 있는 번역가들은--쉼표 하나, 토씨 하나도 바꾸지 못하게 하는 이들도 있다지만, 나는 좋게 말해 융통성이 있는 편이고 나쁘게 말하면 편집자들의 선호도에 영합하는 지조 없는 번역가라고 하겠다.. 껄껄)
하지만 고집스러운 옮긴이의 경우엔 편집자가 나름대로의 출간 경향에 맞춰 교정해 놓은 문장들을 원래대로 다시 되돌려,원고뭉치를 완전히 새빨갛게(인쇄된 원고를 교정할 땐 빨간색 펜으로 수정 내용을 표시하는 게 아마 원칙일 거다. 그치만 나는 가끔이라도 원고 페이지를 시뻘겋게 수정하는 게 꺼려져 초록색이나 보라색 펜을 쓴다 ㅋㅋ) 수정하여 너널너덜한 상태로 만들어 보내기도 한단다. ^^;;
편집자와 번역가의 딜레마가 상충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편집자들도 교정교열을 하면서 원서를 참조하기는 하지만, 대개는 번역원고만 들여다보면서 비문이나 어색한 문장이 발견되면 '나름대로' 문장을 다듬는 것이 대부분이다.
편집자가 외국어 원문까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대개는 국문과 출신인 편집자에게 그런 것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일 게다. 그러니까 편집자는 어디까지나 독자 입장에서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다듬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하겠다.
하지만 번역하는 입장에선 최대한 지은이가 전달하려는 느낌과 문체를 고스란히 우리말로 자연스레 옮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이 짧고 읽기 쉬운 것만이 능사는 아니니 말이다.
오래 전, 문장의 호흡이 몹시 길고 복잡한 만연체의 소설을 번역한 적이 있었다.
가끔 10줄에 육박하는 길고 긴 문장들을 '최대한 유려하게' 번역하려 애쓰면서 나는 정말 미치고 폴짝 뛸 것처럼 괴로웠지만, 그 작가의 경우 답답하리만치 길고 복잡한 문장은 작품의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담아내는 중요한 장치였기 때문에 쉽게 번역하자고 아무렇게나 문장을 끊어댈 순 없는 일이었다. 당시 편집자 역시 기나긴 문장의 호흡이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흔히들 저지르듯) 독자의 이해를 위한답시고 무작정 문장을 짤막하게 절단내는 횡포는 피했으므로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우겨대도 옮긴이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는 경우 또한 비일비재하다.
아무래도 소설이 문체에 가장 민감한 장르라고 여겨지는데, 우리나라 독자에게 낯설다고 여겨지는 경우엔 출판사와 편집자의 의견에 따라 독자의 입맛에 맞게 요리되는 과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출간된 소설의 경우엔, 섬세한 묘사에 치중한 문체도 문체려니와 '시제'가 대단히 중요한 소설의 장치였더랬다. 모든 사건이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감을 주기 위하여 거의 모든 문장이 현제시제였고, 간혹 과거를 회상할 때만 과거 시제가 사용되고 있었던 것.
하지만 편집자 출신의 출판사 사장(가끔 직접 번역도 한다고 했다. -_-;;)은 현제 시제로 일관된 문장이 한국 독자들에게 너무 낯설다면서(나는 지금도 한국 독자들의 수준을 폄하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편집과정에서 '자기네들이 알아서' 일부 문장을 '익숙한 과거시제'로 바꾸겠다고 나에게 통보했다.
교정원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나는 '일부 과거형으로 손을 댄 문장들' 때문에 원문의 분위기가 여실히 달라졌으니 원래 내가 번역했던 대로 시제를 되돌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여전히 내세웠지만, 결국 내 의견은 묵살되고 말았다. 그런데 편집진 내부에서도 의견이 오락가락했었는지, 출간된 책을 보니 현재 시제로 되돌아간 문장도 더러 있긴 하되 짤막한 문장들을 공연히 연결하거나 다듬는 과정에서 '새로이' 수많은 오탈자가 생겨났음이 드러났다. 어휴...
교정쇄를 거치면서 오탈자는 거의 수정했다고 들었지만, 그 책을 쳐다보면 나는 아직도 시제를 중시했던 지은이의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내지 '못한' 아쉬움에 사로잡힌다.
아무튼
지금 또 얼마 후 출간될 교정원고와 함께 초록색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아 있으려니 한숨부터 나온다.
이번 책은 원래부터 여러 명의 필자들이 지었거나 들려준 이야기를 엮은 책이어서 챕터별로 분위기도, 문체도 다양하고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편집자는 '나름의' 욕심을 부렸는지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와 말투로 통일하느라 일부 글의 느낌이 달라지고 말았다.
최대한 편집자의 편의를 봐주려는 원칙은 세워놓았지만... 나도 이럴땐 갈팔질팡하게 된다.
게다가 요즘 '가끔 만나게 되는 일부' 편집자들은 놀랍게도 취향이 비슷하다. 그들이 앞세우는 핑계는 '독자들이 짧은 호흡의 읽기 편한 문장'을 선호한다는 것인데, 나는 제아무리 실용서라도 길고 짧은 문장의 리듬이 있고 장황하지만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맛깔스러운 문장을 '원문대로' 살리고 싶은 욕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_-;;;
어느 쪽이 양보해야 더 좋은 책이 만들어질 것인지 장담할 순 없으므로
오늘부터 며칠 또 고민 깨나 해야 할 성 싶으니...
나오느니 한숨뿐이다.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