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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드롭

놀잇감 2012/05/15 17:19

 

친구가 5월에 어울릴 것 같다며 이 영화 보고싶다고 해서 개봉일을 기다려 약속을 잡았다. 헌데 가까운 데는 개봉관이 없다! 대한극장, 서울극장 이런데는 하루 중 이상한 시간에 한번쯤 교차상영을 하고, 전국적으로도 상영관이 열개 안팎일 정도 ㅠ.ㅠ

 

암튼 그래서 일산 화정까지 가서 어렵사리 보고왔다. 그렇게 벼르고 볼 만큼 주변에 강력추천할 영화는 아니지만, 촉촉히 봄비 내리는 날 우산쓰고 돌아다니다 관람객이 전부 네명 밖에 안되는 초소형 영화관에서 각자 막 수다떨며 보기엔 딱이었다(우리 석줄 앞쪽에 앉은 커플 중 남자는 일본 영화인줄도 모르고 들어왔두만 ㅋㅋ). 조숙한 어린아이와 철부지 어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전형적인 정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그야 뭐 나도 알고 간 거니 상관없다. 아이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 내겐 항상 그것이 관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 문상을 내려간 다이키치. 친척들은 외할아버지와 꼭 닮은 다이키치의 외모에 '히엑~!!'하면서 놀라고, 동시에 할아버지의 숨겨진 딸 6살짜리 린의 존재 때문에 수군거린다. 엄마가 누군지도 모르는 골칫덩어리 꼬마는 입양보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친척 어른들의 냉담한 반응에 다이키치는 충동적으로 자기가 맡겠다고 선언한다. 첫눈에도 슬프고 외로워 보이는 린에 대한 연민 때문. 린 또한 다이키치의 제안에 옷자락을 덥썩 잡는다. 어른들 가운데 유일하게 다정하게 바라보기도 했고, 일단은 다이키치의 외모가 아빠(할아버지)랑 닮은 설정이니 뭐.  

 

아우, 진짜 쪼끄만 애가 표정이 어찌나 처연하고 슬픈지, 나중에 조잘조잘 웃으며 떠드는 모습이랑 같은 애가 아닌 것만 같다. 린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비하면, 다이키치의 만화같은 과장 연기는 막 유치해! (원래 만화가 원작이라고;;) 다이키치 뿐만 아니라 다른 어른들 연기도 지나치게 과장되고 희화된 느낌인데(특히 물류센터 같은데서 일하는 직장 동료들!), 이런 영화는 또 아역배우 하나만 건질 수 있으면 다 용서가 된다. 린이 넘 귀엽고 깜찍하니깐!

 

그나저나 포스터 보니 다이키치가 겨우 27살이었군. 회사에서 워낙 일 잘하는 관리직 상사인 듯 나와서 30대인줄 알았다. ㅋ 일본에서도 쉽지 않은 육아문제, 부모의 역할, 가족애를 한 축으로 하고, 아이와 어른의 동반성장을 아기자기하게 그린 영화다. 다이키치가 린을 데려와 사는 단독주택도 예쁘고, 처음 나온 할아버지네 집, 나중에 잠깐 나온 부모님네 집, 다이키치가 출근시간에 늦어 노상 린을 안고 뛰어다니는 골목길도 다 예쁘고 정겹다. 일본영화 보고 나면 나는 영화속의 예쁜 골목길이랑 주택가만 기억에 남기도 하는데, 촬영지가 어디인지 모르겠으나 불쑥 가보고 싶다고 느꼈다. 한류 드라마 촬영지에 외국 관광객 바글거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아무튼, 포스터에도 보듯, 저렇게 애랑 땡땡이무늬 커플 잠옷 입은 것도 귀여워 귀여워! 작아도 아이들 머릿속엔 별별 복잡한 생각이 다 들어있고, 마음씀씀이가 어른들 뺨친다는 걸 아는 어른들이 만든 이야기구나 싶다.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어린 조카 앞에서 나도 멍해진 적 있었다.

 

아 맞다, 나에겐 영원히 '조제'로만 기억된 (워낙 일본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는다;;) 이케와키 치즈루가 단역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것도 두살 아들을 키우며 다이키치에게 조언을 해주는 회사 선배로.. +_+ 뭐 여전히 젊지만, 풋풋한 조제 때랑 비교하면 세월이 느껴지는 얼굴이라 내가 괜히 뜨악했다.

 

딸바보들의 세상을 칭송하고 가족권장 드라마 같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어쨌거나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라고 결론내렸다. 부모노릇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만, 부모노릇을 비스름하게만 해봐도 확실히 인간적인 성숙은 필수다. ㅋ

 

 

사진 몇장 더

 

Posted by 입때

'우유만 마시던 연아가 커피를 마신다'고 했던가? 고현정의 내레이션이 깔린 연아커피 선전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한번 먹어봐야지 했었는데 막상 마트엘 가면 늘 까먹었다. 아예 인스턴트 커피 코너 쪽으론 잘 안가게 되기 때문이다. 성묘갈 때 타가려고 사놓았던 경쟁사의 믹스커피(강동원 커피!)가 꽤 오래 굴러다닌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어쨌거나 이미 연아커피를 시음해본 사람들이 별로라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호기심은 남았다. 아마도 순전히 모델에 대한 호감때문이었을 것이다. 매사에 시큰둥, 과대광고를 비웃는 나마저도 이러니 엄청난 모델료를 주고서라도 광고계가 특정 인물을 선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비록 제품값에 그 엄청난 모델료며 홍보비용이 다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째뜬 광고 보고 호기심이 인 먹거리가 연아커피 하나였으면 또 그냥 흐지부지 잊고 말았을 텐데, 얼마전 내 눈에 딱 들어온 TV광고가 있었으니... 송창식이 노래를 부른 <참붕어빵>이다. 유명 모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그냥 붕어빵이 주인공인 광고에 송창식이 CM송을 불렀는데, 단박에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지난 겨울 바삭한 붕어빵을 한번도 못 먹어보고 그냥 지냈다. 어쩐지 억울해 억울해. 봄이 되면서 거리마다 붕어빵 노점상은 다 사라졌으니, 제과회사에서 만든 붕어빵 과자라도 사먹어보리라 불끈 결심이 섰다.

그러고도 까마귀 정신이라 까맣게 잊고 장볼 때마다 몇번을 그냥 건너 뛰고는 어쩌다 만나게 되는 광고에 아차! 하기를 여러번. 요번엔 마트 갈때 적는 메모지에 연아커피와 참붕어빵도 일부러 적어넣었다. 적어가서도 빼놓고 사오는 물건이 있는 마당에, 안 적어가서 생각해내기를 기대하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해서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라고 하면 당연히 좀 과장이다;; ㅋ) 시식에 돌입했다. 둘 다 단 거라 한꺼번에 시도했을 리는 없고, 일단 참붕어빵부터 밤참으로 뜯었다. 엇.. 근데 과자 포장이 뭐이리도 예쁘다냐!

(이미 두개 먹고 나서 생각나 사진을 찍었다 ㅋ)

요즘 모든 과자가 요란뻑적지근한 과대포장을 하는 통에 박스는 꽤 큰 반면 막상 열어보면 은박비닐 포장된 내용물이 몇 개 안 들어 화를 돋우는데, <참붕어빵>도 그 대세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속포장을 색색깔로 네 종류나 달리 해놓다니 무슨 팬시용품 같기도 하고 왠지 맘에들어! 포장비에 투자할 돈으로 내용물이나 좀 더 크게 만들지, 라며 노상 투덜거린 게 민망스럽게도 나는 과대포장 상술에 또 홀딱 넘어가 후한 점수를 주고 앉았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속포장을 까서 시식. 으으 역시 달구나. 찹쌀을 넣어 쫄깃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더니 역시나 내가 기대한 붕어빵의 맛과는 거리가 좀... 쫄깃거리는 게 아니라 내 입엔 좀 찐덕찐덕 마시멜로 같기도 하고 스펀지 같기도 하고, 씹는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마들렌처럼 부드럽게만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째뜬 엄연히 밤참끼니로 먹는 것이므로 우유랑 삼켜서 그럭저럭 2개를 먹었지만 너무 달아서 한번에 그 이상은 못먹을 것 같았다. 열량표시를 보니 역시나 2개가 '1회 제공량'이라고 되어 있고 280칼로리쯤 된다고. 당연하겠지만 밥한공기를 너끈히 넘기는 열량이다. 니글니글 텁텁하게 남은 단맛 때문에 결국 나는 얼른 대저토마토를 우적우적 씹어먹어야 했다. 마트에서 할인해 3천5백원쯤 주고 샀으니 할인 전엔 마리당 500원 정도라는 의미다. 요새 2천원에 세마리 주는 진짜 붕어빵보다는 저렴하지만 물론 크기도 훨씬 작고 팥소도 부실하다. 앞으로 송창식 아저씨가 노래로 낭랑하게 꼬셔도 다신 안 사먹어야지, 쳇.

다음날 연아커피는 오전 두번째로 마시는 커피타임에 시도해보았다. 설탕 부분을 조절하더라도 단맛을 감안해 냉커피로 마셔볼테닷. 헌데 그게 나의 착오였던 듯. 가뜩이나 연한 연아커피를 얼음 잔뜩 부어 냉커피로 만들어놓으니 이도저도 아닌 싱거운 맛만 강조되는 게 아닌가. 다시 다음날엔 적당히 물을 조금 부어 뜨겁게 타 마셔보았는데, 그간 원두 갈아마시기에 심취하여 믹스커피의 참맛을 까먹은 듯, 달달하고 진한 자판기 커피 특유의 매력을 통 느낄 수가 없었다. 부드러움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커피 본연의 매력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걸까나. 에잇, 연아커피도 다신 안 사먹을 테닷! (근데 남은 봉지믹스는 어쩐담;;)

언젠가 누군가 새로 나오는 과자와 라면 따위를 죄다 먹어보며 올린 시식기를 킬킬대며 읽었던 적이 있다. 어찌나 자세하고도 구구절절 느낌이 자상하던지. 그게 누구였더라? 나는 귀도 막귀라서 음악을 섬세하게 구분해 듣지 못하듯, 입도 막입이라 아무거나 잘먹는 반면 미묘한 맛의 차이를 세세하게 구분해내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어불성설 이런 포스팅을 한다는 게 좀 민망하지만, 워낙 별렀다가 먹어보고 실망한 참이라 식탐녀의 흔적으로 기록해둘 만하다 여겼다. ^^;

Posted by 입때